신고 받고 출동한 소방관들이 ‘주취폭력’에 시달리고 있어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경찰에 공동대응 요청을 하는 것 이외에 소방관들이 직접 대응할 수 있는 제도 및 규정이 없어 폭행 등에 무방비로 노출돼있기 때문이다.

최근 군산에서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관들에게 욕설을 퍼붓고, 옷을 벗어던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결국 A씨(51)는 모욕 및 공연음란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17일 군산경찰서에 따르면 A씨는 지난 7월 24일 오후 4시 45분께 군산시 미장동 한 병원 앞 도로에서 119 구급대원 2명에게 “왜 내 몸에 손을 대느냐”며 폭언을 하고, 자신이 입고 있던 옷을 벗어 던진 혐의를 받고 있다. 구급대원은 “도로에 사람이 쓰러져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었다. 당시 A씨는 만취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결과 A씨는 지난 2018년 고 강연희 소방경을 폭행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출소 당일 이러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고 강연희 소방경은 신고를 받고 출동했으나 A씨로부터 폭언을 듣고, 병원에 이송한 뒤에도 몇 차례에 걸쳐 얻어맞기도 했다. 그 뒤 심한 불안과 스트레스 증세를 보이던 강 소방경은 1개월여 뒤 뇌출혈 등으로 숨졌다. 이후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에서는 A씨에 대해 소방기본법 상 구조대원 폭행, 구조활동 방해 혐의를 인정해 1년 10개월 형을 선고했다. A씨의 폭행이 강 소방경의 사망과 직접적인 연관관계를 입증하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이와 관련, 경찰에서는 소방공무원에 대한 폭언·폭행 등 도민의 생명과 신체, 재산 보호를 위한 구조·구급활동을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 엄정 대응할 방침을 내놓은 상태다.

실제 도내에서는 최근 3년간 총 13건의 소방관 폭행 피해 사례가 발생했고, 경찰에 공동 대응을 요청한 경우도 지난 3년간(2017~2019) 696건으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 8월 현재 총 36건의 공동대응 요청이 있었다.

출동 시 구급대원들에게 가해지는 언어적 폭력은 ‘일상’과 다름없고, 신체적 폭력도 처벌을 원치 않거나, 적극적인 대응에 부담을 느껴 신고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는 게 일선 소방관들의 설명이다.

소방 관계자는 “일선 소방관들은 사실상 폭력에 무방비 노출되어 있다”며 “특히 주취 구조자들을 상대할 경우 현재로서는 신속한 대응에 한계가 있는 만큼 방어권 보장 등 제도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김수현 기자·ryud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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