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아는 원래 아주 귀한 음료였다. 옛날 중남미의 아스테카 왕이 즐겨마셨던 것으로 전해진다. 원산지는 아마존강 유역과 베네수엘라 오리노코강 인근 지역이다. 현지인들은 이를 신이 내린 선물이라고 부르며 귀하게 여겼다. 카카오나무에서 열리는 열매를 으깨어 코코아라는 음료로 만드는 게 일반적인 방식이었다. 코코아는 초기에 약으로까지 사용됐으며 워낙 귀중품인지라 화폐로 쓰이기도 했다. 카카오 열매 100알이면 노예를 살 수 있었다니 그 가치가 얼마나 높은지 알만하다.

유럽에 코코아가 들어온 것은 15세기 아메리카를 발견한 콜럼버스에 의해서였다. 유카탄 반도에서 구한 카카오 열매를 갖고 들어온 것이다. 유럽 역시 코코아를 값비싼 기호품으로 여겼다. 가공기술도 발달했다. 처음에는 가루를 낸 뒤 물이나 우유를 타서 마셨지만 점차 이를 고형화해 초콜릿으로 만들었다. 설탕도 들어갔다. 이후 1828년 네덜란드인 반 호텐은 카카오 열매를 압축해 코코아 버터를 선보였다. 또 스위스인 다니엘 피터스는 1875년 우유를 첨가한 초콜릿을 개발해 히트를 쳤다.

이제 코코아는 초콜릿으로 주로 소비된다. 카카오 열매에서 정제된 카카오 콩을 추출한 뒤 카카오니브를 배합한다. 이를 틀에서 굳힌 것이 초콜릿이다.

초콜릿은 건강에도 아주 좋다. 물론 설탕을 뺐을 때 이야기다. 초콜릿의 성분을 보면 데오브로민, 칼슘, 카페인, 타우린 카테킨, 폴리페놀 등이 들어 있다. 이 성분들은 당뇨병이나 암을 예방하고, 변비를 해소하며, 피로 회복과 집중력을 향상시킨다. 노화를 막는 효능도 확인되고 있다.

그런데 값싼 초콜릿 시대가 끝이 났다는 보도다. 코코아 주산지인 서아프리카에서 생산이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 통신에 의하면 세계 코코아 생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코트디부아르와 가나의 코코아 생산이 부진해 가공공장들이 속속 가동을 중단했다고 한다. 작년과 올해에 걸쳐 코코아 생산량은 450여만톤으로 전년 대비 10.9% 줄어들 전망이다. 이에 따라 값도 올해 1월 톤당 4452달러로 지난해 1월에 비해 무려 75%나 뛰었다.

코코아 생산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여러 요인이 겹쳤기 때문이다. 강우량 증가와 이로 인한 검은 꼬투리 병확산이 주원인이다. 또 고무 생산이나 금 채굴 등으로 재배면적이 감소한 것도 코코아 생산 감소를 부추겼다. 영향은 일파만파다. 초콜릿 가격도 급등하고 있고 이를 원료로 쓰는 제품 가격도 들썩이는 중이다. 지금 추세라면 코코아 생산은 쉽게 회복되기 어렵다는 전망이다. 특히 강우량 증가는 지구 온난화가 주범이라고 하니 빠른 시일 내 코코아 가격 안정은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또 한 번 기후 변화로 인한 생태계 위기를 실감하는 사례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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