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기정 시인이 세 번째 시집이자 제4회 선경문학상 수상작인 나의 아름다운 캐릭터를 펴냈다.

이번 시집은 애플파이의 시간’, ‘밤에는 멀리 있는 불빛을 보려 하지’, ‘빗방울의 노래’, ‘구름의 화법4개 챕터로 이뤄졌다.

작가의 시편 속에 등장하는 페르소나는 왼발과 오른발이 동시에 나가려다 균형이 흔들리는 파행과 함께하는 실패하는 사람들의 아름다움에 대한 서정적 열망이 묻어난다.

그 캐릭터는 한결같이 가 닿을 수 없는 것들에 대해 구체적 슬픔을 아름다움의 환대 속으로 끌어오고자 하는 얼굴의 집합체이다.

작품은 슬픔을 두 개의 각도에서 바라봄으로써 서정적 울림을 자아낸다. 표제작 나의 아름다운 캐릭터는 이를 잘 표현하고 있다. 이를테면 그늘을 깊게 파는 사람을 알고 있다-그것이 그토록 기다려왔다는 듯이 그는 도끼로 계단을 내고 나무에 오르는 일을 경멸했다. 기름을 바르고 처참하게 미끄러져 내리는 일에 열광했다-’는 식으로 묘사된다.

그의 시가 미적으로 풍부한 느낌을 자아내는 이유는 이 같은 작품 구조에 내포한 역설이나 이중성 때문이리라.

선경문학상 심사평에서 하기정 시인의 작품들은 쓸데없는 난해성으로 가독성을 떨어뜨리거나 안이한 접근으로 시를 가벼이 만들지 않으며, 수려한 문장 위에 시적인 것을 매끄럽게 덧댄다는 평을 받았다.

시집의 해설을 쓴 박동억 평론가는 그의 시는 삶을 체험하는 관조적 입장에서 바라봄으로써 서정적 울림이 배가 된다수사적 형식과 존재론적 자세가 복잡하게 뒤얽혀 있는 지점에서 시인의 아름다운 형상 또한 길어 올려진다고 했다.

하기정 시인은 수상소감에서 시 쓰는 일이란, 시를 쓰는 사람이 시인이 되려고 간극을 좁히며 노력하는 일 같다시집을 통해 사람들 곁으로 녹아 스며들기를 바란다. 잘 쓴 시보다는 좋은 시를 쓰고 시를 쓰면서 새로워지겠다고 뜻을 밝혔다.

작가는 2010년 영남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시집으로는 밤의 귀 낮의 입술고양이와 걷자가 있으며 5·18문학상, 작가의눈 작품상, 불꽃문학상, 시인뉴스포엠 시인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정해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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