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갑련 작가가 24시간 환히 어둠을 밝히는 도심 속 등대 편의점을 프레임에 담았다.

교동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낭만시대-Romantic 24' 전시는 문화생활 서비스 거점으로 진화하며 존재감을 뽐내는 편의점을 다루고 있다.

이번 작업의 출발점은 작가가 어느 날, 제주를 여행하다 바다에서 선박을 안전하게 안내하는 것이 등대라면 육지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하는 생각에서 비롯됐다.

내비게이션, 이정표, 신호등 등으로 꼬리를 물다 문득 도시의 빌딩 1층 한자리 혹은 동네 귀퉁이에서 연중무휴 24시간 빛을 발하고 있는 편의점을 떠올리게 됐다고.

이곳은 낮에는 본연의 형태로, 밤에는 켜진 불빛이나 점멸등의 깜박거리는 섬광으로 길을 인도하는 바다 위 등대와도 같다. 우리에게 필요한 물품을 제공해 주는가 하면 때론 야간에 통행하는 이들과 이방인들에게 낯선 곳에서의 안락함과 안도감까지 들게 해 주는 신플랫폼 역할까지 한다.

완주구이 1955, Pigment Print ILFORD Fine Art Textured Silk 
완주구이 1955, Pigment Print ILFORD Fine Art Textured Silk 

김 작가는 작품을 통해 눈길을 끌기에 충분한 편의점 외관과 신박한 덤 형태의 서비스는 물론 누구에게는 한 끼의 식사와 유명 카페 못지않은 달콤한 한 잔의 커피를, 또 누군가에겐 시원한 맥주를 나누며 이웃들과 담소하는 공간을 내어 주기도 하는 편의점의 낭만 24시를 기록했다.

전시에서는 1985년 개점한 세븐일레븐 국내 1호점 서울올림픽점을 비롯해 우리나라식의 편의점, 한옥 기와를 올린 편의점, 제주 전통 가옥 편의점 등 기록하고 기억할 가치가 있는 곳들을 선보인다.

그리고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물건들, 시간 절약을 위해 결합 된 또 다른 서비스, 마지막으로 편의점에서 시간을 소비하고 있는 사람들이 카메라를 어색해하지 않도록 관찰자가 되어 엿보는 듯한 느낌으로 담은 작품들이 전시장에서 관객들을 맞는다.

제주민속촌 1057, Pigment Print ILFORD Fine Art Textured Silk
제주민속촌 1057, Pigment Print ILFORD Fine Art Textured Silk

김 작가는 프랜차이즈라 똑같지만 조금은 다른 특별한 편의점을 만났을 때 밀려오는 그 쾌감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미국의 소설가이자 수필가이며 예술평론가인 수전 손택은 이미지에 노출된 누군가의 삶이 소비의 수단이자 구경거리가 되는 것에 대해 지적한 바 있다. 물론 그 당시와 상황은 다르지만 저 또한 프레임에 담긴 그들이 웃음거리나 동정의 대상이 아니라 비슷한 경험을 공유한 타인으로 보고 저만의 창의성과 관점을 사용해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자 했다고 전시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편의점은 현대의 인간 생활에 있어서 필수적인 소통의 공간인 핫플 로 등극했다. 만물백화점이자 더 나아가 문화와 낭만이 공존하는 보물창고로 앞으로 더 다양하고 반짝이는 아이디어 상품들과 서비스로 채워질 것이라고 덧붙였다.전시는 7일까지./정해은기자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