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브의 진주, 헤밍웨이가 사랑했던 나라, 체 게바라와 혁명의 나라, 온 나라가 박물관인 나라,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과 음악의 나라, 럼과 칵테일의 나라...’ 등은 모두 쿠바를 수식하는 흥미로운 단어들로 묘한 기시감을 느끼게 한다.

사람들은 흔히 쿠바를 가리켜 시간이 멈춘 나라라고 부른다. 현재의 시간 속에 과거 모습들이 살아 움직이고 있어서다. 식민지 시대에 지어진 낡은 건물에서 아직도 살고 있고, 박물관에나 있을법한 1950년대의 리무진 승용차들이 시내를 오간다.

최인수 작가가 펴낸 여행기 쿠바를 그리다는 그러한 미지의 세계로 안내한다. 쿠바에서의 구석구석에 대한 추억과 이야기로 그림 소재를 삼고, 그 풍경을 펜화와 수채화로 옮겼다.

전주 지역에서 소아청소년과원장을 지낸 저자는 201812월 말 33년을 지켜온 클리닉을 폐업하고 1년 동안 여행을 떠났다. 세계일주 여행은 그의 평생 꿈이었다.

그동안 틈틈이 돌아다닌 여행지들을 모두 기억하기는 어렵지만, 작가에게 있어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이라면 단연 쿠바다.

쿠바는 지역적으로 멀기도 하지만 1959년의 혁명을 통해 군부 독재정권을 무너뜨리고 사회주의 국가를 수립한 이후 우리와는 교류가 극히 적었기에 신비스러운 나라가 되었다고.

작가는 여러 여행지 가운데 쿠바의 매력은 한마디로 색다름에 있다고 말한다. 글로벌화 된 이 시대의 지구촌 곳곳을 다녀보면 비슷한 점들이 너무도 많다는 것. 높은 빌딩에 잘 포장된 도로, 현대식 자동차 그리고 말끔히 단장된 관광지의 모습들이 서로를 많이 닮아가고 있지만 쿠바는 좀 색다르다고.

이곳은 지난 500년 동안 큰 전란이 없었던 데다 혁명 이후 이어져 온 경제봉쇄 속에서 현대화될 만한 여력이 없었다. 또 쿠바는 국제사회에서 정치적으로 외교적으로 고립된 상황 속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자본주의의 세계와 장기간 단절된 사회였기에 독특한 문화를 형성할 수 있었다.

최 작가는 그림과 글 순서는 가급적 쿠바의 역사에 맞춰 배열했다. 400년 식민지의 역사와 지난했던 독립운동, 미국의 지배 그리고 사회주의 국가로의 전환 등 험난한 과정을 이어온 쿠바인들의 삶인 한과 낙을 담아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여행 사진을 꺼내 틈틈이 펜으로 스케치를 해 보았다. 처음 해보는 펜화 작업이었지만 그릴수록 묘미가 있었다. 때로는 흑백의 그림이 채색화보다 더 아름답기도 하다. 칼라사진만 보다가 가끔 한 번씩 만나는 흑백사진의 신선한 느낌이랄까. 나의 무딘 손이 부끄러울 뿐이라고 출간 소회를 전했다./정해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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