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그라제 전경
/카페 그라제 전경

 

우리나라는 OECD 국가들 중 유일하게 초저출산이 지속되고 있는 국가다. 합계출산율이 2022년 사상 처음으로 0.78명으로 떨어지면서 세계적으로도 그 유례를 찾기 힘든 '0%대 출산율 쇼크'와 더불어 총인구 감소, 초고령화 사회 가속화 등 초저출산의 연쇄작용으로 인해 향후 지역 소멸을 넘어 국가소멸까지도 거론될 정도의 부정적 이슈를 직면하게 되었다. 특히 지방의 경우 이러한 인구감소현상 뿐 아니라 청년들의 수도권 이동 등 ‘인구유출’에 따른 심각한 이중고가 겹치면서 향후 우리나라의 절반 수준 지역의 소멸가능성이 제기되는 이른바 ‘지방소멸위험’을 맞이하기에 이르렀다. 

 전북의 경우 한때 전북 인구수 250만명을 자랑했지만 2012년부터는 해마다 줄어 급기야 2021년 인구 180만선 마저 붕괴됐다. 전북 14개 시군 중 김제·남원·무주·부안·순창·임실·장수·정읍·진안·고창 등 10개 시군이 인구감소지역, 익산이 관심지역으로 지정되어 지방소멸대응기금의 지원을 받게 되었다. 그러나 단순히 기금을 통한 다양한 인구부양 정책사업으로는 지속가능한 인구증가의 효과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장기적인 시각에서의 지방소멸대응 정책의 주요한 맥락은 바로 지역의 주민이 주도하여 경제ㆍ산업적 측면과 정책ㆍ행정적 측면이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선순환 사이클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관점에서 지역의 관광산업과 청년정책의 스마트한 믹스 전략은 지역소멸대응의 중요한 해법 키워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관광산업이 코로나로 인해 예상치 못한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국내관광 활성화라고 할 수 있다. 내국인 대상 해외관광의 국내관광 전환으로 특히 지역성을 살린 체험형 관광콘텐츠 개발 등 국내 지역관광 상품의 다양화를 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중심에는 지역에서 활동하는 이른바 ‘로컬 크리에이터’라 불리는 다양한 청년 집단의 열정과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있었다. 이러한 청년이 지역 안에 존재하고 이들이 지역발전을 위해 열정을 불태운다는 사실은 지역에게 얼마나 소중한 자원이겠는가. 오늘 소개할 부안 시간여행카페 ‘그라제’ 역시 젊은 청년 사장님이 남다른 열정과 노력으로 일구는 멋진 부안의 대표 관광자원 중 하나이다. 

엔데믹을 갈망했지만 여전히 불안한 팬데믹 속 2022년 9월 카페 그라제(GRAZE)는 격포항이 한 눈에 보이는 지금의 자리에 오픈했다. 그라제는 ‘그렇지’, ‘옳지’라는 전라도 방언과 이탈리아어의 ‘GRAZIE’(감사합니다)의 의미도 담고 있다. 중의적인 해석이 가능하면서도 긍정과 감사의 마음이 한데 담긴 상호에서부터 벌써 친숙함과 편안함을 느낄 수가 있다. 이곳을 운영하는 젊은 사장님은 한때는 오랫동안 타지생활을 했다고 한다. 지역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라면 좁은 지역을 떠나 큰 대도시의 삶을 한번쯤 갈망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 특히나 청년의 때라면 나의 꿈과 끼를 발산할 곳을 찾아 호기롭게 떠나보기도 할 것이다. 어느날 아버지의 고향이자 자신의 고향인 부안으로 내려와 부모님의 가게의 운영을 도와보라는 부모님의 권유로 타지 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인 부안 격포로 돌아오게 되었다. 격포항 여객서 터미널 바로 앞에 위치한 카페 그라제는 기존 격포항에 있는 두 개의 등대와 더불어 격포항의 세 번째 등대임을 자처한다. 카페 건물 외관이 등대모양으로 지어지기도 했지만 특히 가장 늦게까지 불을 밝혀 격포항을 환하게 비춰주고 이 곳을 찾는 관광객들의 휴식처이자 관광안내소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도시도 아닌 지역의 작은 항구 여객선 터미널 앞의 카페는 다양하고 신선한 베이커리를 손님들께 내놓기 위해 그날 그날 매장에서 직접 굽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를 위해 그라제 제빵실의 문은 어스름한 오전 6시 30분부터 그 불을 밝힌다. 이윽고 오전 8시부터는 손님은 맞을 수 있도록 이른 아침시간 분주히 매장 청소와 커피머신등을 세팅하는 일에 부지런히 손을 보탠다. 음료 메뉴 역시 커피부터 스무디 등 다양한 손님의 입맛을 만족시키기 위해 트렌드를 연구하지만 무엇보다도 재료 하나하나에도 고객 만족을 위한 노력 즉 진심을 담기 위해 노력한다. 과일스무디는 과일시럽이나 시판 소스를 넣지 않고 부안지역에서 공수하여 얼려놓은 과일을 듬뿍 넣고 얼음을 적게 넣어 진하고 풍미깊은 맛이 으뜸이고 TEA 종류 역시 유명 전문점에서 볼 수 있는 고품질의 다양한 콜렉션을 자랑하며 다른 음료 또한 시판보다는 수제를 기본 원칙으로 만들고 있기에 메뉴에 대한 고객들의 호평이 자자하다. 

 또한 카페 그라제는 규모면에서도 부안에서 가장 큰 카페로 손꼽히는 규모를 자랑한다. 총 네 개 층으로 이루어진 카페는 넓고 쾌적하며 층마다 이색 테마를 주어 가족, 연인, 친구 등 방문객의 취향과 특성대로 휴식을 취하기 충분하다. 특히 창밖으로 보이는 격포항의 풍경은 사계절의 변화에 따른 서해바다와 항구의 풍경을 마주할 수 있기에 더욱 특별하다. 그러나 여객터미널 바로 앞의 위치해 있기 때문에 손님 대부분이 관광객, 낚시객일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젊은 사장님의 친절함과 지역에 어우러지기 위한 다양한 노력과 활동 덕분에 카페 그라제는 동네 어르신의 사랑방이자 지역에 근무하는 직장인들의 단골카페로, 그라제의 넓고 쾌적한 매장 환경 덕분에 부안을 찾는 워케이션* 고객의 업무공간으로 또 지역의 다양한 활동의 장소로서 단체 예약 등의 이용률도 높은 편이다. 

 

어찌보면 단순히 식음메뉴를 제공하는 카페이지만 이를 운영하는 청년사장님이 지역을 사랑하는 마음을 바탕으로 지역발전에 열정을 가지고 활발히 활동하는 것은 지역에 어떤 의미일까? 지역에서 청년의 가치는 귀중한 원석이며 그 원석이 보석이 되어가는 모든 경험의 순간은 마치 지역과 청년 모두가 주인공인 한편의 성장형 드라마는 아닐까? 마지막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의 끝 무렵, 아름답고 시원한 부안의 격포를 찾아 카페 그라제를 방문한다면 지역을 사랑하는 청년 사장님의 열정을 직접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워케이션은 ‘일하다’의 뜻인 워크(Work)와 휴가(Vacation)의 합성어로 휴양지에서 일하면서 휴식을 취하는 하이브리드 근무형태이다. 팬데믹 이후 비대면, 화상, 재택근무 등이 일상화되면서 나타난 개념으로 엔데믹 이후에는 기업 복지의 일환으로 확대되고 있다. 

 

류인평 (전주대학교 교수 / 사단법인 지역관광문화발전협의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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