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포토쿠스(Homo Photocus)’라는 말이 있다.

이는 사진이 현대인의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을 만큼 일상생활과 밀접한 대중 매체이자 보편 언어가 된 상황을 배경으로 한다.

실제로 밥을 먹든, 여행을 가든 시간과 장소에 관계 없이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김혜원 사진작가가 한국 현대시나 사진 작품을 예술 담론뿐만 아니라 일상적 대중문화 담론까지 수용해 분석한 ‘시와 사진과 인문학의 카르텔(눈빛출판사)’을 출간했다.

이 책은 사진예술을 비롯해 문학예술이나 인문학 전공자, 나아가 이를 애호하는 일반인의 흥미까지 자극할 수 있는 대중적인 인문서를 지향한다. 

사진을 소재로 하거나 사진적 특성을 가진 한국 현대 시와 이와 관련한 사진 작품을 대상으로 4개 형식으로 구성했다.

먼저 사진의 원리와 관련해 ‘카메라’와 ‘이미지’, 사진의 용도와 관련하여 ‘공적 사진’과 ‘사적 사진’을 다룬 산문을 소개한다.

특히 ‘공적 사진’으로 증명사진, 전봉준 압송사진, 졸업사진 등을, ‘사적 사진’으로 가족사진, 결혼사진, 여행사진, 영정사진, 사진관 진열사진 등에 주목한다.

이 과정에서 손택수, 이상, 유하, 김기택, 김수영, 안도현, 정양 등의 시와 구본창, 주명덕, 알프레드 스티글리츠, 요셉 쿠델카, 전몽각, 민충식, 워커 에반스 등의 사진을 수록했다.

카메라의 피사체가 됐거나 사진 창작의 이력을 가진 시인들을 대상으로 한 산문도 만날 수 있다. 한용운과 임화, 김동환, 박노해, 신현림, 이강산, 오규원 시인을 소개하고 그 사진적 의의를 밝혔다. 

이승하의 ‘사진시’에 나타난 시 텍스트와 사진 이미지의 상호매체성을 고찰한 논문 등도 실었다.

이를 통해 사진 이미지와 시 텍스트를 조합하여 이질적인 두 기호 체계의 경계를 허문 이승하의 ‘사진시’가 휴머니즘을 옹호하는 시세계를 일관되게 펼쳐온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영상 이미지가 현대 문화 전반을 이끄는 현 추세를 반영함과 동시에 유연한 융·복합적 사고로 학문이 통섭되는 추세를 감안해 시문학과 사진예술의 지형을 확장한 인문서라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김혜원 작가는 전주에서 태어나 전북대 국문과와 우석대 대학원 문창과에서 현대시와 시창작을, 백제예술대와 중앙대 일반대학원에서 사진을 전공했다. 2010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시 '먼지'가 당선되고 2013년 전북대 국문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시와 사진의 상호텍스트성에 대한 글쓰기를 병행하고 있다./임다연 기자·idy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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