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 윤소희

#1. 전주지역에 거주하는 A씨(27·여)는 최근 한 술집에서 성추행을 당했다. 계산하던 찰나, 엉덩이를 누군가 만지고 간 것이다.

그는 입구 밖에서 A씨를 노려보는 당당함까지 보였지만 이를 따지기라도 하면 폭행으로 이어질까 두려웠던 A씨는 서둘러 현장에서 달아날 수밖에 없었다.

A씨는 “너무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술집도 어두워 증명할 길이 없을 것 같아 신고할 마음을 접었다”면서 “신체적으로 덩치 차이도 컸고 몸에 문신도 많았다. 술 취해 눈이 풀려있는 모습에 당장이라도 해코지당할까 겁나 자리를 피해버렸다”고 호소했다.

#2. 전북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B양(17)은 한 달 전께 하교 중인 시내버스에서 성추행을 당했다.

하교 시간에 빼곡히 찬 버스 안 의자에 앉아있던 B양을 갑자기 한 남학생 무리가 에워쌌고, 그중 한 명이 B씨의 팔 부위에 남성 신체 일부를 가져다 댄 것.

B씨는 “이런 일을 겪기 전에는 만약 이런 일을 당한다면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그렇지 못했다”면서 “착각한 것인가 싶어 팔을 안쪽으로 당겼는데도 계속 가져다 댔다. 트라우마가 생겨 한동안은 버스를 타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성범죄에 대한 처벌과 인식 변화에도 피해자들은 여전히 신고하지 못하고 있다. 증거가 자신뿐이라 입증이 어려울 것으로 생각해서다.

전문가들은 신고가 어려운 피해자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관을 통해 신고·상담을 받는 것을 조언했다.

신속하게 신고할수록 경찰 수사가 이뤄지기 쉽고, 전문적인 상담 기관에 인계되는 등 피해자가 당시 상황에 매몰되지 않을 수 있도록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대학교 이수정 교수는 ”성추행은 시간이 지나면 해결이 어려운 경우가 있어 겁내지 말고 곧바로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거나 현장에서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도 “현장에서 빠져나왔더라도 주변 CCTV를 확인하거나, 피해자가 입고 있던 옷 등에서 DNA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피의자를 추적할 수 있다”며 “전문기관 상담도 연결 가능하니 망설이지 말아달라"고 전했다./조은우 기자·cow4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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