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문화유산을 지키는 무형문화재야말로 전라북도의 자부심입니다”.

시민과 관광객들이 무형유산을 온몸으로 만끽한 축제의 장이 펼쳐졌다.

17일 오후 1시께 찾은 전라감영. ‘2022 무형유산이음축제’를 찾은 사람들이 전라감영 입구에서도 가장 안쪽에 자리 잡은 내아로 분주하게 이동했다. 무형문화재 선자장과 우산장의 시연을 실시간으로 지켜볼 수 있는 ‘장인의 공방’이 열려서다.

우리나라에서 종이우산을 만드는 마지막 장인으로도 잘 알려진 전북 무형문화재 제 45호 우산장 윤규상 씨가 먼저 자리를 잡았다.

시연에 앞서 전통우산의 역사와 제작 과정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윤규상 우산장의 아들이자 전승자인 윤성호 씨는 “조선 시대만 해도 우산은 양반들의 것이었다. 일반 평민들은 우산으로 비를 막는 일이 금기시됐다. 당시 조선은 농경사회여서 비를 귀하게 생각했기 때문이다”며 “전통우산은 대나무를 이용해 살을 만들고 종이에 들기름을 먹여 방수 처리를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날 첫 시연은 대나무를 쪼개 우산 살을 만드는 초반 공정이었다. 윤규상 선자장이 두꺼운 칼을 꺼내 들자 장내는 침묵으로 가득 찼다. 적막 속에서는 ‘탁’. ‘쩌억’하는 소리와 함께 대나무가 균일하게 잘려나갔다.

다음 작업은 작고 얇은 칼을 이용해 자른 대나무를 매끈하게 만드는 과정이었다. 모두가 숨을 죽인 채 손길 하나하나를 지켜봤다. 개중에는 우산 하나를 만드는 일이 보통이 아니라며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전북 무형문화재 제10호 선자장 박계호의 시연도 진행됐다.

부채살에 종이나 깁을 붙여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합죽선을 만드는 방법과 각종 도구를 소개했다.

박계호 선자장 역시 초반 공정을 선보였다. 3-4년된 대나무를 일정한 간격으로 자르고 쪼개 부챗살을 깎는 합죽방을 시연했다.

박계호 선자장은 “합죽선은 대나무 껍질로 만들어 부러지거나 휘지 않는다. 시간이 갈수록 더 단단해져 종이만 교체하면서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다”며 “선조들이 지켜온 전승 기술을 많은 이들에게 선보일 수 있어 뜻깊다”고 전했다.

이번 시연은 방문객들에게도 유의미한 시간이었다.

주순옥(62‧전주시 완산동)씨는 “시연을 보면서 전주에서 전통 부채와 우산을 만드는 무형문화재 선생님들이 계신다는 자부심이 들었다”며 “소중한 문화유산인 무형문화재가 후대로 계속 이어져 나갈 수 있도록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커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 2022 무형유산이음축제가 열린 17일 전북 전주시 전라감영 내행랑에서 체험객들이 ‘전통 부채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다. /장경식기자·guri53942@

직접 소형 합죽선에 그림을 그리고, 전통우산 조명을 만들어보는 체험 행사인 ‘일일 장인 학교’도 운영됐다.

저마다 손에 붓을 하나씩 들고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펼쳤다. 어떤 이는 글씨를 쓰기도 하고, 알록달록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체험객들은 정성을 들여 완성한 부채를 박계호 선자장에게 펼쳐 보이며 환한 미소를 보였다.

오후 3시부터는 미션런 프로그램 ‘한옥잉-비책런’이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방문객들은 무형유산과 관련된 다양한 게임과 퀴즈를 통해 힌트를 얻고 굳게 닫힌 비책 상자를 열 암호를 찾아 보물을 획득하는 미션을 수행하며 무형유산과 한껏 가까워질 수 있었다.

부산에서 온 박동현(56)씨는 “전주로 여행을 왔는데 특별한 축제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전라감영을 찾아 왔다”며 “눈앞에서 무형문화재의 시연을 보고, 직접 체험도 할 수 있어서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고 소감을 밝혔다.

무형유산이음축제는 전주 시민뿐만 아니라 부산을 비롯해 대전, 전남 등지에서 온 가족 단위 관광객들로 북적이며 성황리에 마무리됐다./임다연 기자·idy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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