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패기 어리게 첫 시집을 냈던 시인이 40대에 이르러 펴낸 두 번째 시집에서 화두를 던졌다. 다름 아닌 ‘중년’. 가장 많은 노동시간을 부여받는 대신 가장 적은 자기 관리 시간을 허락받은, 나보다는 가족이 우선인 무겁고 쓸쓸한 세대의 그림자가 애잔하면서도 아름답게 드리워진다.

문신이 두 번째 시집 ‘곁을 주는 일(모악)’을 출간했다. 첫 시집 ‘물가죽 북’ 이후 8년만이다. 직장을 그만두는가 하면 아이가 태어나는 등 일상에 큰 변화가 있었고 요즘 세태를 따라 가지 못하는 건 아닌지 문학적 고민도 있었지만 그가 내린 결론은 명쾌했다. 그저 스스로의 길을 가는 것이다.

‘중년’을 소재 삼은 건 이 때문이다. 삶과 맞닿은 사실적이고 인간적인 내용들을 특유의 깊이와 시선으로 풀어내온 만큼 중년인 자신의 일상 나아가 오늘날 동년배들의 모습을 조명한다.

지나온 날과 다가올 날이 부딪쳐 격렬하게 소용돌이치는 지점임에도 예우가 호의적이지 않음을 보여주는 건 여느 시들과 같으나, 잊고 있던 이들의 가치와 미학을 일깨운다는 점이 새롭다.

표제시 ‘곁을 주는 일’은 잘 손질돼 접시에 담긴 회에서 비롯됐다. 애초에 한 몸이었지만 생살 찢는 아픔을 견딘 후 다시 생선 모양으로 그릇에 담기는 모습을 보곤 살이 살을 부르는 지독한 간절함을 봤다. 외롭고 힘든 시기고 멀어질 때도 있지만 결국 하나라는 희망을 전하는 건 아닐까.

‘우연한 중년’ ‘걸어 다니는 중년’ ‘중년의 내일’ ‘중년 무렵’에서는 더도 덜도 아닌 지금 이 순간 중년들의 상황과 심정이 오롯하다. 서정적인 정서도 여전하다. 감정이나 정서를 담아낼 뿐 아니라 시적 대상과 주체 사이 발생하는 관계를 통해서다.

2004년 세계일보(작은 손)와 전북일보(풍경 끝에 매달린 물고기나 되어) 신춘문예 시, 2015년 조선일보(소나기 지나갈 때) 신춘문예 동시, 2016년 동아일보(발굴하는 토피아, 복권되는 생활) 신춘문예 문학평론까지 3개 장르 당선을 달성한 이답게 동시의 맑고 투명함과 비평문의 날카로움 또한 지닌다.

박성우 시인은 이번 결과물에 대해 “삶과 시를 따로 두지 않는 보기 드문 젊은 시인이 수행으로 얻은 말을 아껴 내주는 예리한 여백, 소란스럽지 않고 고요하다. 수작조차 격이 있고 깊이가 있다. 날카롭고 아름다운 시집”이라고 평했다.

박성준 문학평론가는 “혼자 울기에는 모처럼 늦은 날에는 이를 펼쳐 봐도 좋겠다. 모과나무 그늘 아래서처럼 최소 네 번은 놀랄 준비를 하고 말이다. 그렇게 놀라는 동안 우리는 문신의 약이 되는 시의 진짜 의미를 만나게 될 지도 모른다”고 언급했다.

전남 여수 출생으로 전주대 국문학과를 졸업 후 전북대 대학원 어문교육학과(문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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