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에서 대학교를 다니고 있는 A(22)씨는 지난해 12월말쯤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고서 좌절했다. 대출금 이자가 미납됐다는 은행 측의 전화를 받은 것이다. 그 금액이 1500만원이나 됐다.

A씨가 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건 지난해 10월 9일. 학교 친한 선배(24)가 몫 돈을 만질 수 있는 기회를 소개해 주면서다. 대출을 받아 신용이 낮은 사람에게 돈과 명의를 빌려주면 3개월 뒤 자신의 빚은 신용불량자에게 넘어가고 자신의 신용등급은 올라가 이득을 본다는 것이다.

A씨는 학생 신분으로 대출받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이유로, 선배에게 소개받은 B(23)씨로부터 아르바이트 여부와 보호자 직업 등 대출에 필요한 전반적인 것을 교육까지 받았다. 그렇게 대출서류를 준비해 저축은행 2곳에서 모두 1500만원을 대출받게 됐다. 그런 후 B씨에게서 수수료로 100만원을 받았다. 그러나 그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은행 측의 전화를 받고 사실 확인을 해 본 결과, 대출금의 명의이전은커녕 이체금만 쌓여가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

A씨는 “가정형편이 어려워 학비에 보탬이 될까해서 해본 일인데, 1500만원을 사기 맞았다는 걸 알고선 죽고 싶었다. 앞으로 그 돈을 어떻게 갚아야 될 지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문제는 A씨처럼 대학생을 상대로 한 다단계형 금융사기 피해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A씨는 100만원을 받은 뒤 2개월간 주변 친구들에게 쉽게 돈을 벌수 있는 방법으로 이 사실을 알렸고, 이게 전파가 되면서 다단계형 금융사기가 돼 버렸다. B씨에게 사람을 소개시키면 소개비 명목으로 30만원을 받으면서 A씨처럼 대출을 받은 사람이 문어발식으로 늘어갔다.

11일 전주 완산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0월부터 현재까지 A씨와 같은 사기 피해를 당한 대학생이 20여명이나 됐다. 이들이 대출받은 돈만 해도 2억여원에 달한다. 1인당 1500만원에서 2100만원 상당이다. 대출사기를 당한 이들은 고스란히 빚더미에 앉게 된 것이다.
또 피해자들은 군 제대 후 복학한 대학생들로 군필자 아니면 대출대상자에 포함되지 않는 점을 노려 사기대상으로 삼았다.

경찰관계자는 “피해 본 학생들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이어 “이번 대출 금융사기가 다단계형으로 범행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면 배후에 중심인물이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고 말했다./신혜린기자․say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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