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우화는 ‘개미와 베짱이’일 것이다. 이솝우화에 나오는 이 이야기는 게으름에 대한 경책이다. 부지런한 개미는 겨울에 대비해 열심히 식량을 모으지만 베짱이는 여름 내내 노래만 부르다가 먹을 것이 없어 죽기 일보직전에 몰린다. 급기야 베짱이는 개미에게 식량을 구걸하고 개미는 이를 꾸어주며 게으름에 대해 훈계를 한다는 내용이다.

  여기서 등장하는 개미의 주된 역할은 성실하고 부지런한 일꾼이다. 개미는 크게 여왕개미와 수개미, 일개미로 나뉘는데 이들의 역할은 각각 다르다. 여왕개미는 산란을 맡고 수개미는 오로지 생식에만 관여하며 일개미는 식량을 모으고 사냥을 하고 또 개미 새끼들을 양육하는 일을 한다. 이런 분업은 고도의 사회적 조직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개미들은 또 이웃 집단과 치열한 전쟁을 벌이기도 한다. 농장도 운영한다고 한다. 나뭇잎을 잘게 부순 뒤 쌓아두고 버섯을 키우는 것도 개미 사회라 가능한 일이다.
  이렇게 생물계에서 사회성을 보이는 동물은 포유류를 제외하고는 드물며 곤충 중에서는 벌만이 이에 해당한다.
  그렇다고 개미 사회가 철저한 계급사회인 것은 아니다. 그저 각각 맡은 바가 다를 뿐이다. 여왕개미는 개미 사회를 지배하는 존재가 아니다. 단지 알을 낳는 역할을 할 뿐이다. 알 낳는 기계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비정하게 보이지만 산란 능력을 잃거나 힘들어 산란을 회피하는 여왕개미는 무리들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고 한다. 
  개미의 사회성이야말로 지난 5천만 년 동안 이 종이 성공적으로 지구상에 자리 잡은 주된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개미는 사회생물학 분야에서 연구 가치가 높은 곤충으로 취급된다. 개미학이라는 분야도 있다. 
  최근 패트릭 슐테이스 독일 뷔르츠부르크 대학 박사 등 국제 연구팀은 지구의 개미 개체 수가 땅 위에 사는 3천조 마리를 포함해 모두 2경 마리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 무게는 1천200만 톤에 달했다. 이 정도 생물량은 야생 조류와 포유류를 모두 합한 것보다 많으며 인류 전체 생물량의 20%에 해당한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개미 종만도 1만5천700종 정도가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개미 제국이라는 말이 있다. 놀라울 정도의 사회성으로 거대한 제국과 같은 집단을 형성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개미 사회의 행동들은 컴퓨터에 적용되기도 하고 로봇 제작에도 응용되고 있다. 또 개미의 조직을 인간 사회의 기업과 연결시키는 시도도 있다. 앞으로 이 분야에서 많은 연구가 이뤄진다면 개미 사회에서 인류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자연의 위대함에 새삼 고개가 숙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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