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국환 전 35보병사단 주임원사가 사단 표지석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제35보병사단 제공

전북을 ‘제2의 고향’ 삼아 33년간 묵묵히 국가 수호의 현장을 지켜 온 사람이 있다. 문국환 전 제35사단 주임원사가 그 주인공이다. 제74회 ‘국군의 날’(10월 1일)을 맞아 전북지역의 ‘희로애락’을 함께 해온 문 원사를 만나봤다.

경북 경산 출신인 문국환 원사는 월남전 참전 국가유공자인 아버지의 뒤를 이어 지난 1990년 3월 통신병과로 군에 첫발을 디뎠다. 고등학생 시절 담임선생님과 교련 선생님의 추천도 이런 선택에 한 몫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어린 시절부터 참전 사진 속 당당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자라는 과정에서 차곡차곡 쌓인 ‘군인에 대한 동경’이 결정적인 동기가 됐다고 문 원사는 회상했다.

고향을 떠나 장시간 한 곳에서 복무하게 된 이유에 대해 묻는 질문에 문 원사는 “한참 어리고 의욕이 넘치던 스무 살 무렵, 정읍에서 첫 임무를 시작할 때는 이렇게 오래 근무할지 몰랐다”며 “하지만 근무하면서 전북에 자연스럽게 애착이 생겼고, 사랑하는 고장을 지켜야겠다는 사명감을 갖고 오래 남게 됐었다”고 미소 지었다.

모범적인 부사관 업무 수행으로 ‘제근상’을 수상한 이력도 있는 그는 사단 내 업무 이외에도 사단이 지역 내 든든한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톡톡히 활약해왔다.

그는 “2014년 당시에는 군 부대 이전을 놓고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는 분들이 일부 계셨다”며 “지역 야구단 활동을 비롯해 독거노인 이발·연탄봉사 등 각종 봉사활동들을 활발히 해오니 차츰 그 시선들이 장병들에게 애정 어린 배려로 돌아오게 돼 보람있었다”고 이야기했다.

자연재난 등 큰 어려움을 맞닥뜨린 도민들을 돕기 위한 대민 지원 업무도 빼놓을 수 없다.

문 원사는 “남원 수해 지원 당시 진흙과 쓰레기더미에서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계시던 어르신이 기억에 남는다”며 “처음 뵈었을 때는 제가 먼저 손을 잡아드렸는데, 사단 장병들과 매일 정리를 도운 끝에 일이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자 웃으면서 고맙다고 되레 제 손을 잡아주셨다. 그 장면이 잊혀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북을 ‘제2의 고향’으로 쉬이 일컬을 수 있을 만큼 장기간 근무해온 그는 명령을 받고 오는 30일부터 전북을 떠나 제2작전사령부 주임원사로 본격적인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문국환 원사는 “약관의 나이에 군문에 입문해 그동안 도민분들과 추억도 많이 생겼고 정도 많이 들었다”며 “이런 자리를 막상 떠나려니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마음같아서는 죽을 때까지 여러분들 옆에서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저는 제2의 고향을 두고 가지만, 우리 35사단은 늘 그 자리에서 도민 여러분들과 함께할 것”이라며 “도민 여러분들께서는 지금까지처럼 변함없이 우리 35사단 장병들을 계속 사랑하고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김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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