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리치(super rich)는 우리 말로 하면 큰 부자다. 우리 말로 부호나, 갑부, 거부, 자산가, 억만장자, 백만장자 등 부자를 뜻하는 어휘는 풍부하다. 그렇지만 이들 사이를 뚜렷이 구분하는 기준은 없다. 마찬가지로 영어 슈퍼 리치도 명확한 개념 정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심지어 미국 석유 재벌 진 톨 게티는 부자에 대해 이렇게 정의를 내렸다. 

  “자신이 가진 돈을 셀 수 있는 부자는 진정한 부자가 아니다.”
  그렇다고 기준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컨설팅 업체인 캡제미니는 백만장자를 투자 가능한 금융자산만 100만 달러를 넘는 사람으로 규정한다. 미국의 경제저널 포브스는 총 재산이 10억 달러 이상이면 억만장자(Billionaires)라고 본다. 또 미국의 리서치 회사인 프린스 어소시에이츠 분류로는 금융자산이 10억달러 이상의 재산가가 슈퍼 리치다.
  따라서 누가 슈퍼 리치인가에 대한 명확한 답은 없다.
  슈퍼 리치에 대한 세간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예컨대 탈세는 그들의 단골 메뉴다. 탐사매체 프로퍼블리카가 보도한 미국 국세청 전자정보에 따르면 미국의 슈퍼 리치들은 소득세를 전혀 내지 않았다. 합법적이었다. 거론된 인사로는 일론 머스크, 마크 저커버그, 빌 게이츠, 워런 버핏, 루퍼트 머독 등이다. 
  물론 뜻있는 슈퍼 리치들도 없지 않다. 부자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물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다. 올해 초 미국 월트디즈니 가문의 상속녀인 아비게일 디즈니를 비롯한 전 세계 백만장자 100여 명은 부의 불평등이 심각하다며 자신들을 포함한 부유층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호소문에는 ‘애국하는 백만장자들’을 비롯해 ‘인류를 위한 백만장자들’, 국제 구호활동 단체 ‘옥스팜’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특히 백만장자와 억만장자를 대상으로 연간 2~5%의 부유세를 부과하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슈퍼 리치가 세계에서 11번째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디트 스위스’에 따르면 올해 기준으로 순자산이 5천만 달러(약 700억 원)가 넘는 초고액 자산가가 미국과 중국, 독일 등에 이어 세계 11번째로 많았다. 또 한국 성인 가운데 100만 달러가 넘는 자산을 보유한 백만장자는 129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0년에 비해 11만6천명 가량 늘어난 숫자다.
  우리나라도 이제 세계적으로 슈퍼 리치가 많은 나라가 됐다. 개발 연대 이래 고속 성장을 하면서 얻은 열매 중 하나다. 하지만 부익부 빈익빈에 따른 사회 양극화 현상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그만큼 사회 안전망을 탄탄하게 하는 것이 필요한 형국이다. 그렇지만 정부의 정책 방향은 부자 감세를 향하고 있다. 이제 슈퍼 리치들의 기부 확대 등 윤리 의식에 기대를 거는 수밖에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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