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농촌에서는 속절없이 떨어지는 쌀값 때문에 시름이 깊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이런 추세라면 올 가을 벼 수매도 힘들지 않겠느냐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모양이다. 심각한 일임에도 정부 차원의 마땅한 대책마저 없는 상황이어서 답답함을 더하고 있다.

  통계청에 의하면 지난 6월15일 산지 쌀값은 20kg 정곡 기준 4만5534원이다. 매달 3번 통계를 내는데 지난해 10월15일 이래 한 번도 오른 적이 없다고 한다. 정부가 두 차례에 걸쳐 시장격리 조치를 취했지만 별무효과였다. 산지 조곡의 가격도 계속 떨어져 지난해 수매가격 보다 무려 1만 원이나 하락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하락 폭은 쌀값 데이터 축적 이후 45년 만의 최대치라고 한다.
  쌀 재고량도 늘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지난 4월 말 기준 전국 쌀 재고량은 전년 대비 157%가 증가한 96만 톤에 달한다.
  농가와 농협, 미곡종합처리장 등 농업 관련 업체들의 고통은 극에 달하고 있다. 농협 미곡종합처리장의 경우 쌀을 팔면 팔수록 손해라고 한다. 적자가 쌓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정은 민간 정미소도 마찬가지다.
  가장 큰 걱정은 이대로 간다면 올해 쌀 수확기에 수매 자체가 어려워질 가능성이다. 지금의 재고가 유지된다면 농협이나 정미소들은 추가로 벼를 매입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수매가를 어떻게 정할 수 있겠느냐는 게 현지 반응이다. 거기에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재고를 감당 못해 투매현상이 벌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까지 제기된 상황이다.
  쌀값 추락은 이미 예견된 일이다. 쌀 수요는 갈수록 줄어드는데 재배량은 그대로인 때문이다. 그동안 쌀 생산을 줄이기 위한 여러 정책들이 나왔지만 농가에서는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이제 과감한 대책이 나와야 할 시점이다. 농민과 농협, 농업 관계자들은 정부가 서둘러 3차 시장격리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장기적 대책들도 제시되고 있다. 논에 타 작물을 심는 사업을 부활해야 한다는 의견에서부터 가공용 쌀 수요 확대, 계약 재배 확대를 통한 쌀 품질 향상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최근 식량안보가 이슈가 되는 상황서 논에 다른 작물을 재배하는 문제가 심도 있게 논의되고 있다. 정부가 밀 등 타 작물을 논에 심었을 때 지원금을 주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쨌든 쌀값 하락 문제는 시장이 알아서 할 일이라며 그냥 방관할 사안이 아니다. 이 해묵은 과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정부가 대답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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