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예술인지원법’이 2020년 국회 문턱을 넘었다. 이 법은 장애예술인의 창작 활동을 보장하는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로 실제적인 예술창작 지원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에 따라 광역지자체에서는 장애예술인에 대한 지원과 장애 예술 활성화에 초점을 맞추고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실제 부산과 광주에서는 장애예술인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또 서울과 부산, 대전에서는 장애예술인의 창작 활동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전북도의 장애예술인 지원은 걸음마 수준이다. 도는 2016년 전라북도 장애인 문화예술 활동 지원 조례를 시행하며 다른 지자체보다 비교적 일찍 조례를 제정했다. 그런데도 여전히 도내 장애 예술인 규모는 파악조차 못 했다. 

▲장애예술인 현주소=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이 발표한 ‘2018 장애인 문화예술활동 실태조사 및 분석연구’에 따르면 전국 장애인 예술활동가는 2만 5722명, 장애예술인은 5972명으로 추정된다. 2018년 전북지역 장애예술인은 226명, 장애인 예술활동가는 1861명으로 추산했다. 장애예술인과 장애인 활동가의 평균 활동 기간은 비장애 예술인과 비교하면 짧았다. 비장애 예술인은 평균 10년 이상의 예술활동이 가능했지만, 장애예술인은 7.6년, 장애인 예술활동가는 4.1년에 그쳤다. 장애예술인의 74.5%가 전문적인 예술교육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장애예술인 파악 안 한 전북도=전라북도는 장애 예술인 실태 자료가 전무하고, 이들을 위한 창작여건도 미흡하다. 2017년 전북연구원의 ‘전라북도 장애인 문화예술 활동 지원방안’을 보면 전라북도 조례에서는 장애인 문화예술인으로 증명할 수 있는 기준을 따로 정하고 있지 않아 장애예술인의 실태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서술되어 있다.

전북도는 이 연구보고서에 따라 ‘전라북도 장애인 문화예술활동 지원 시행 5개년 계획’을 구상했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장애인 문화예술 활동과 관련해 전북이 추진해야 할 정책 과제를 발굴하겠다는 취지였다. 계획에 따르면 2019년 하반기에 ‘장애인 문화예술실태조사’가 추진될 예정이었으나, 현재까지도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전북도 관계자는 “전라북도 장애인 문화예술 활동 지원 조례가 만들어지면서 연구용역을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직은 장애예술인에 대한 실태조사나 지원정책을 제도권 안으로 담기엔 어려운 부분이 있다. 올해 전라북도 예술인 실태조사가 진행된다면 함께 추진하는 방법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는 장애인의 법적·문화적 권리를 보장하고 지역에서 장애예술인을 지원하는 정책이 수립될 수 있도록 실태조사가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장애인인권연대 최창현 대표는 “도내 장애예술인 현황이 파악되어 있지 않다”면서 “장애예술인에 대한 지원정책이 미흡한 만큼 실태조사를 통해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고 이들이 필요로 하는 정책이 수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교육·취업지원 필요=최창현 대표는 지역에서 장애예술인이 활발히 활동할 수 있으려면 관련 전문 예술교육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장애인들이 예술 활동을 취미가 아닌 업이 될 수 있도록 공공에서 장애예술에 대한 담론을 형성하고, 예술교육 지원방안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최 대표는 “전북문화관광재단에서 장애인 예술단체에 대해 지원을 하고 있지만 안타까운 수준”이라며 “대부분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에서 지원받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일자리도 마련돼야 한다”며 “충남대학교병원에서는 클래식을 전공한 장애인을 고용해 환자 위로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충남대병원은 장애인 의무고용률(3.4%) 충족은 물론, 지역 장애예술인 활동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덧붙였다.

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재단에서도 올해부터 지역 문화예술육성지원사업 가산점 항목에 장애인 또는 장애인단체를 포함했다”며 “장애예술인 지원을 위해 재단의 각종 공모사업에 가산점을 반영하는 등 장애예술인이 지역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박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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