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연길 수필집 ‘상수리나무(신아출판사)’가 품은 철학을 유추해보자면 ‘회자정리 거자필반’이라 할 수 있다. 

삶과 죽음, 만남과 헤어짐, 이런 인생사가 사람의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인(因)과 연(緣)이 얽힌 청실홍실을 풀고 짝을 이루듯이 흘러만 간다는 자연법칙이 존재한다. 

사람이 만나고 헤어지고,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는 것이 사람 사는 세상에서 다반사로 이어지는 순환의 이치라는 얘기다. 제7부로 구성된 수필집에는 작가의 시선과 생각으로 빚어낸 66편의 글이 실려있다. 

“어머니가 스물아홉 되던 해, 삼십 대 초반의 아버지는 상수리나무처럼 이름 모를 어느 산 계곡에서 총탄사례를 받으셨다. 상수리나무는 목숨이 끊어지진 않았지만, 아버지는 죽음을 피하지는 못하였다. 아버지의 죽음 소식에 어머니는 어린 동생을 가슴에 안고 통곡을 하셨다. (…중략… ‘상수리나무’ 중에서)” 

작자는 6·25동란 때 아버지가 총 맞은 사실을 ‘상수리나무처럼 이름 모를 어느 산 계곡에서 총탄사례를 받았다’는 상징적 직유법으로 형상화한다. 또 자신은 죽음이 뭔지도 모르면서 동생들과 함께 울었던 옛 기억을 잠잠히 토로한다. 

전주대학교 전일환 한국어문학과 명예교수는 평설을 통해 “작품의 밑바닥을 들여다보면 선생의 운명적인 목회의 삶이나 근교 옛집 텃밭에 농사를 짓는 걸 업으로 살아가는 이유를 선명하게 드러낸다”며 “하나의 운명으로 거스릴 수 없는 한과 원으로 낙인되어 평생 동거를 면할 수 없는 심연을 파고든다”고 해석했다. 

양연길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글쓰기는 마음, 생각, 말, 행동을 아우를 수 있는 자유와 평안을 준다”며 “잘못하면 필화로 인한 어려움에 부닥칠 수도 있겠지만 진실은 이를 방어해 주리라는 믿음이 있다”고 밝혔다. 

1941년 전북 진안에서 태어난 작가는 큰샘 수필문학회 회원, 유연문학 회원 및 회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표현문학 수필부문 신인상을 받은 바 있다./박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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