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이 인류의 실생활에 쓰이기 시작한 시기는 대략 3천 년 전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문헌에 나타나는 것은 기원전 315년 그리스 철학자 데오프라테스가 남긴 기록을 통해서다. 그는 북부 이탈리아의 소그라와 에리스 지방에서 캔 석탄을 대장간에서 연료로 쓰고 있다고 썼다. 중국에서는 4세기부터 석탄이라는 글자가 등장했다.

석탄의 사용이 비약적으로 늘어난 것은 산업혁명 이후다. 1769년 와트의 증기기관 발명은 결정적 계기다. 석탄이 증기기관의 연료로 쓰이면서 땔감으로서 목재의 역할은 끝이 났다. 이후 전 세계가 석탄을 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20세기에 접어들자 영국은 물론 미국과 유럽 등 거의 모든 나라들은 석탄 기반의 산업화를 이뤘다.

하지만 1920년대 내연기관이 발명되면서 석탄의 역할은 점차 줄어든다. 석유가 석탄의 자리를 차지했다. 물론 화력발전이나 각종 화학공업 등에서 여전히 석탄이 갖는 비중은 적지 않다. 에너지원으로서 석탄의 지위는 지금도 요지부동이다. 특히 개도국들은 값싸고 풍부하게 묻혀 있는 석탄에의 의존도가 높다. 우리나라 역시 석탄 발전의 비중이 아직도 35%를 넘기고 있다.

요즘 석탄은 그러나 천덕꾸러기다.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몰린 탓이다.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한 방안으로 석탄을 에너지 시장에서 퇴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석탄을 쓸 때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지구를 위협하는 최대의 적이라는 주장이다. 세계 각국이 필사적인 에너지 전환에 나서는 이유다.

국내 석탄화력발전소 인근 주민들의 80%가 2030년까지 석탄을 퇴출하자는 데 동의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기후위기 행동과 전국 탈석탄 네트워크 ‘석탄을 넘어서’가 석탄발전소가 소재한 11개 지역 주민 3천6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내용이다. 주민들은 내년 대선에서 기후 위기 대응 공약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83%가 공감했다.

석탄은 수천 년간 인류의 에너지원이었다. 그만큼 우리 일상생활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특히 오늘날과 같은 전기 에너지 주류시대에는 발전 연료로서 역할이 크다. 지난 11월 종료된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석탄 퇴출 시도가 무위에 그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회의에서 중국과 인도는 선언문의 석탄 ‘퇴출’(out)에 강력 반발하며 ‘감축’(down)으로 바꾸는 데 역할을 했다. 탄소배출이 많아 기후 악당으로 꼽히는 한국의 입장도 어정쩡하다. 국제사회의 압박에 한국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고민은 더욱 깊어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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