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호 전북농협 본부장

눈이 가장 많이 내린다는 24절기 가운데 스물한 번째에 해당하는 절기 대설(大雪)이 지나고 이제 2021년 신축년(辛丑年)도 채 한 달이 남지 않았다.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계속된 코로나19로 모든 국민들이 힘겹고 자유롭지 못한 한 해를 보냈다. 12월 한 달은 연 초에 계획하고 마음먹었던 일들이 다 이루어지길 기원하며, 올해보다 나은 희망차고 복된 임인년(壬寅年) 새해를 맞았으면 한다.
전 세계적으로 이상기후에 따른 자연재해 발생 증가, 코로나19 장기화 등 대?내외적인 환경 불안으로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지속 확대되고 있으나 쌀을 제외한 우리나라 곡물·식량자급률은 여전히 저조한 상황이다.

2020년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의하면 2019년 기준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은 45.8%, 곡물자급률은 21%에 불과하다. 2000년 29.7%에서 지속적인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전체 곡물공급량은 2000여만톤 수준인데 반해 국내 생산은 440만톤에 그치고 있다. 국내 생산이 약 387만톤 수준인 쌀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곡물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게 우리나라 현실이다.

전 세계 국가들의 올해 식품 수입액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곡물 수입이 많은 국가들의 식량안보 위험성이 커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최근 발간한 ‘식품전망보고서’에 따르면 올 한해 세계 식품 수입액은 1조7500만달러(약 1189조9893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지난해 대비 14% 상승한 것이자 역대 최고치다.

우리나라는 최근 농업, 운송 등의 분야에서 요소수 대란 문제가 발생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돼 농업인들을 비롯한 국민 전체가 큰 혼란을 겪었다.
요소수 사례에서 보듯, 쌀을 제외한 대부분의 곡물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로서는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곡물·식량이 부족해 약 10일정도만 공급이 중단된다면, 생각하기에도 끔찍하다.

식량은 특정 물품의 부족사태로 오는 경제적인 마비와 생활의 차질과는 비교가 안 되기 때문이다. 식량은 바로 우리 국민의 목숨과 직결되기 때문에 그 상상을 초월한다.

언제까지나 국제시장에서 돈만주면 식량을 사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 위험한 생각이다.

정부는 곡물·식량자급률 제고를 위해 2030년까지 밀·콩 자급률 확대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기후위기 등의 식량공급 위기 발생 시 생산·공급대책 미흡, 낮은 수매가격, 생산비 절감 방안 부족, 정부비축창고 시설 부족 및 노후화, 판로 및 소비확대 문제 등 밀과 콩의 자급률 확대를 위해 해결해야할 주요 과제가 남아 있다.

또한, 식용 및 사료용을 포함한 곡물자급률, 전체 식량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종합적이고 구체적인 계획과 시행이 필요한 시기이다.

식량위기에 대비한 안정적 재고물량에 대한 기준을 정립하고 유지해야하며, 주요 품목의 자급목표에 따른 작부체계를 재수립하고, 밀·콩 등 주요 식량별 생산비 현실화 및 수매가 인상 방안 등을 마련하는 등의 중장기계획이 필요하다.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로 곡물 생산이 급감하면 일부 국가를 중심으로 식량을 무기화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적으로 확산하자 일부 곡물 수출국이 수출을 중단하거나 물량을 줄이는 것을 보면서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된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원자재 가격 폭등, 식량자급률 하락, 장바구니 물가 상승, 소득수준에 따른 양극화 심화 등 사회적 불안요소가 가중되고 있다.
식량자급률 제고는 단순히 농업계와 정부만의 일이 아니다. 국민 모두의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 우리 국민의 생존과 국가 존립을 위해서 식량만큼은 자급자족해야 한다.
식량안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식량·곡물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보다 강도 높은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농업·농촌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우량농지 보전관리, 이상기후에 대한 대비, 안정적인 품종개발과 농업예산, 농업보조금 확대 등을 통해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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