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일 마스크 증후군이라는 게 있다. 일본의 니스메 마코토 교수가 처음 사용한 심리학 용어다. 서비스직 여성들의 심리에 관한 것인데 이들은 늘 웃지만 속으로는 수치심과 분노 등 부정적 감정을 품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 직종 여성들이 미소 짓는 것은 순전히 직장을 잃지 않으려는 안간힘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런 의미서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을 가면 증후군이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 이 증후군에 걸리는 직군이라면 콜센터 상담사다. 전화로 연결된 고객들 가운데 일부는 직접 대면이 아닌 익명성에 기대어 직원들에게 함부로 대한다. 반말은 다반사고 성희롱이나 욕설까지 서슴지 않는다. 하지만 상담사로서는 그저 꾹 참고 상냥하게 대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교육을 받았고 또 그래야 일자리를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을 잘 아는 진상 고객들은 도를 넘는 언행을 그칠 줄 모른다.

상담사만이 아니다. 승무원과 은행원, 간호사, 백화점 판매원 등등 서비스업의 일선에 서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같은 고충을 호소한다. 앨리 러셀 혹실드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는 이들을 묶어서 감정노동자라고 이름 붙였다. 그는 비행기 승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이들이 감정을 관리해야 하는 노동을 하고 있다며 스트레스 때문에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실제 이 분야 노동자들은 우울증을 비롯해 불면증, 식욕 감퇴, 좌절감, 무력감 등을 앓을 수 있다. 심하면 정신 질환과 자살로까지 이어져 심각한 사회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도 적지 않다. 거기에 감정노동자들이 일하는 조직으로서도 생산성 저하와 직원들의 잦은 이직, 사회적 비용 지출까지 감수해야 하는 실정이다.

최근 부산시가 용역을 준 실태조사에서 감정노동자 10명 가운데 7명은 고객으로부터 성희롱과 욕설 등 권익을 침해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절반은 이로 인해 신체적 질병이 생기거나 건강이 나빠졌다고 응답했다. 반면에 노동자 보호를 위한 조직 내 지침이나 제도가 운용된다는 대답은 26%에 불과했다. 부산시의 감정노동자는 지역 전체 노동자의 32%인 52만5천 명이었다.

국가나 기업들은 감정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와 대처 방안 등을 강구하기는 한다. 그러나 아직 이렇다 할 성과는 거두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문제는 사회적 인식이다. 감정노동에 대한 몰이해가 사태를 악화시킨다. 예방을 위해서는 교육과 캠페인, 공익광고 등을 통한 인식 개선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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