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가냘픈 귀뚜라미 / 그 애절한 소리 어찌 이리 사람을 울리는가 / 풀밭에서 우는 소리 불안에 떨더니 / 침상 아래서는 정이라도 나누듯 속삭이네 / 떠돌이 나그네 눈물 안 흘리고는 못 배기고 / 버림받은 아내 차마 새벽까지 못 듣겠네 / 애절한 거문고나 격렬한 피리소리도 / 천진한 귀뚜라미 소리, 그 감동만 못해.”

중국 시성 두보의 ‘귀뚜라미’라는 시다. 가을 전령사 귀뚜라미 울음소리를 모티브로 삼아 자신의 감정과 인간사의 애잔함을 노래하고 있다. 귀뚜라미는 가을을 맞는 동서고금 시인들의 단골 메뉴다.

이처럼 곤충은 뜻밖에도 인간의 정서와 깊은 관계가 있다. 그래서 농업전문가들은 정서 곤충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즉 인간의 정서적인 안정과 삶의 질 향상, 생명 존중의 의식을 키우는데 공헌하는 곤충이라는 의미다. 여기서 더 나아가면 애완 곤충이라는 이름도 등장한다. 

개나 고양이처럼 사람들이 기르며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것이다. 이런 곤충들로는 잠자리나 나비, 여치, 반딧불이, 베짱이 등이 있다.

또 곤충은 여러 용도로 긴요하게 쓰인다. 인간과 관계를 맺는 곤충만 약 1만5000종에 달한다. 정서 함양만이 아니라 식용, 약용, 사료용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앞으로 활용 분야는 폭발적으로 늘 전망이다. 교육과 예술, 관광, 환경정화 등에 곤충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견해다.

고창군이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과 함께 정서 곤충을 활용한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한다. 관련 콘텐츠를 개발하고 이에 맞는 프로그램을 기획할 예정이다. 나비, 귀뚜라미, 장수풍뎅이, 사슴벌레 등을 키워서 사람들과의 교감을 갖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들 곤충들은 우울증을 감소시키고 두뇌 활성도를 높여 인간의 심리 치료에 효과를 나타낸다는 게 고창군의 설명이다.

사실 지자체들은 이미 곤충 산업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무주의 반딧불이 축제나 함평 나비 축제가 대표적 예다. 정서 곤충도 다소 늦었지만 유망한 분야다. 국내는 현재 400억 원 정도의 시장 규모인데 급격한 팽창을 이룰 전망이다. 농생명산업에 강점을 가진 전북으로서는 이 분야에 더 적극성을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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