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벌의 사전적 의미는 개별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따로따로 갈라진 사람들의 집단이다. 출신 성분이나 연고 또는 주의 주장 등에서 공통성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무리 짓기를 하는 것이다. 그만큼 여러 측면에서 파벌이 나타날 수 있는데 그 가운데서도 파벌정치는 가장 논란을 부르는 화두다. 정치인들은 권력의 유지, 확대를 추구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뜻맞는 사람들끼리 무리를 지어야 유리하다. 파벌정치가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보편적으로 발견되는 현상인 것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부정부패나 조직의 폐쇄성 등 부정적 측면이 너무 강하다.

일본의 파벌정치는 유명하다. 일본 정치를 규정 짓는 두 가지가 있는데 그 하나는 엘리트 가문 중심으로 돌아가며 다른 하나는 파벌 싸움이 치열하다는 것이다. 특히 오랫동안 집권해온 자민당은 파벌 연합체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여러 개의 파벌이 정권 즉 총리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각축을 벌이는데 이들에게는 코앞의 이해관계만 있을 뿐 정치적 주의 주장도 출신 배경도 별 의미가 없다.

일본의 악명 높은 금권정치도 이 파벌이 낳은 사생아라고 해도 무방하다. 록히드 사건 이래 리쿠르트 사건, 사가와큐빈 사건 등 굵직한 부정부패사건에 예외 없이 자민당 파벌 보스가 연루된 것을 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며칠 전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기시다 후미오 전 정무조사회장이 당선됐다. 완전히 예상을 뒤엎은 결과다. 상대인 고노 다로 행정개혁담당상이 여론 조사에서 크게 앞서 있었음에도 기시다가 승리한 것이다. 언론과 정치 분석가들은 또 다시 일본 파벌정치 시스템이 작동한 결과라고 해석했다. 자민당 내 7~8개에 달하는 파벌들이 밀실에서 기시다를 밀기로 합의했다는 후문이다. 민심과는 영 동떨어진 결정이다.

우리나라 역시 파벌 정치와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은 아니다. 현대 정치사에서 가장 대표적인 파벌 보스라면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을 꼽는다. 이후에도 ‘친이’와 ‘친박’이 같은 당임에도 격렬한 충돌을 빚기도 했다. 끝없이 이어지는 정당들의 이합집산 역사 또한 계파 정치의 소산이다. 일본 정치는 우리로서는 반면교사다. 민심을 외면하고 자신들의 이해관계에만 급급한 선진국 일본의 후진적 정치 행태를 답습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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