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파업과 관련, 물류 배송 지연이 현실화되고 있다. 쟁의권 없는 노조의 ‘출근 투쟁(9시 출근·11시 배송)’이 지속되는가 하면, 회사측에서는 ‘부분 직장폐쇄’로 맞서는 등 갈등으로도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13일 전국택배노조 전북지부등에 따르면 아직 쟁의권이 없는 일부 노조가 9시에 출근해 11시에 배송을 시작하는 단체 행동을 지속하고 있는 상황인 가운데 도내 A택배지점이 부분 직장폐쇄에 돌입했다.

택배 기사들이 배송 업무가 아닌 분류작업을 진행하지 않는 것에 물품을 사전에 분류해둘 경우에만 배송에 나설 수 있다고 나선 시점부터다.

이와 관련, 전보당 전주시지역위원회에서는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조합원들은 6월 말까지 분류작업 인원 투입 등 과로사 방지 조치 이행을 요구하며 투쟁에 돌입했지만 사측은 택배 노동자의 고유 아이디 코드를 삭제해 전산시스템에 접속조차 할 수 없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직장폐쇄까지 통보했다”며 “조합원들은 공장점거 등 위력행사 없이 방어적 투쟁에 나섰지만 사측은 조합원들을 공격하고 현장을 분열시키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합원들은 사측의 분류작업이 선행될 경우 업무에 나선다는 입장이지만, 사측에서는 전산상의 사번을 삭제하고, 조합원의 단체행동을 불법 파업으로 보고 직장폐쇄공문을 발송했다는 것이 노동조합 측 설명이다.

황성곤 택배노조 로젠 전주지회장은 “실질적으로 업무 시간에 필요한 작업이 선행되어졌다면 업무에 나서겠다고 의사를 밝히고 대화를 나서려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일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닌데 일을 할 수조차 없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택배 지점은 지난 4월 출범한 노조와 아직 단체 교섭도 채 마치지 않은 상황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져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해당 노조의 경우 지난달 말 첫 교섭이후 두 번째 만남을 가졌을 뿐 쟁의권이 없는데도 지난달에 이어 이처럼 파업에 나서 비노조원들의 보호를 위해서라도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는 것.

A 지점이 부분 직장폐쇄에 들어가자 배송 지연 등의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실제 이날 지점 창고에는 수천 개의 물량이 주인을 찾아가지 못한 채 창고에 쌓여 있었다. 일부 고객들의 경우 직접 창고를 찾아와 물품을 찾아가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사측 관계자는 “신선식품과 긴급 물량은 배송에 정상적으로 배송에 들어갔지만, 갑작스러운 파업에 업체도 피해를 보고, 하차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비노조원들도 피해를 봤다”며 “당초 작성된 계약서에 분명 분류 및 하차 등 관련 업무가 본인 책임이라는 내용이 표기되어 있는데도 이를 이행하지 않겠다는 것은 사측으로서도 당황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상적인 노조활동을 진행할 경우 활동을 보장하겠지만, 교섭 이틀 만에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비노조원들까지 책임져야하는 입장에서는 법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고, 정당하게 대응해주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분쟁 상황이 있음에 따라 고용노동부 전주지청에서는 양 측 의견 조율을 위한 조치를 진행한 상태다.

고용노동부 전주지청 관계자는 “현재 노사간 쟁점과 관련해 지도차원에서 조치를 취한 상태”라며 “10일, 11일 양일동안 지도에 나섰고, 현재로서는 양측 모두 대화 의사를 보이고 있어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김수현 기자·ryud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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