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율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는 대학에 있어 미증유의 위기로 다가왔다. 이와 맞물려 수도권 쏠림과 대학 선호 현상으로 신입생을 채우지 못한 지방대학은 생존의 기로에 놓여 있다. 이러한 기류에서 도내지역 대학가도 예외는 아니다. 올해 신입생 충원 대규모 미달 사태에 직면한 대학들은 학과 구조조정, 조직개편을 고민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편집자주>

▲그 많던 아이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학령인구 급감

학령인구 감소가 초·중·고등 교육현장의 소멸위기를 넘어 대학입학 자원의 고갈로 이어지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교육계, 기업, 지역사회 등이 함께 풀어야 할 국가적 현안으로 부상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1982년부터 지난해까지 39년간 전국에서 폐교된 초·중·고등학교는 3834개교에 달한다. 시골 학교뿐 아니라 지방 작은 도시 학교까지 폐교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전북도 내의 누적 폐교 수는 325개로, 전남·경북 등에 이어 전국 5번째다.

학령인구 감소는 1998년 외환위기에서 기인한다. 이 시기에 경제가 가라앉고 출산을 미루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한국은 초유의 저출산 사회로 접어들었다.

이 같은 현상이 반영돼 올해 대학에 입학하는 고3 수험생(2002년생) 수가 처음으로 감소했다. 대입 정원(47만8924명)이 고3 학생 수(43만7950명)를 추월하는 역전현상이 나타난 것.

이로 인해 지방대학 중심으로 정원 미달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본격적인 신입생 부족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유기홍 의원의 ‘2021학년도 일반대학 신입생 충원율’ 자료에 따르면 경남은 전국에서 가장 낮은 85%를 기록했다. 이어 경북(88.1%), 강원(89.2%), 전북(89.3%), 전남(89.6%) 순으로 낮았다. 전북의 경우 충원율이 전년 대비 10%포인트 가량 떨어졌다.

유기홍 의원은 등록률 분석을 두고 “이는 지난 13년간 등록금 동결로 대학 재정이 악화된 가운데 등록금 의존률이 높은 대학들의 재정 위기를 더욱 급격히 심화시킬 것”이며 “특히 지방대학의 위기가 지방소멸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문제는 앞으로 이러한 일이 반복될 거란 사실이다. 대학진학이 가능한 인구(만 18세)는 2019년 52만6267명에서 2021년 42만893명으로 감소하고, 2024년에는 37만3470명으로 5년 새 15만명 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2021학년도 대학 입학 정원(약 48만명)이 그대로 유지된다고 가정할 시 2024년엔 대학 신입생이 11만명이나 모자라는 셈이다.

교육계 추산에 따르면 대학 정원 대비 신입생 충원율은 2021년 84.1%에서 2024년 78%, 2037년 73.9%까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기의 대학들 장학금 줄이고 교직원 감축...경쟁력 하락 우려

사상 초유의 대량 미달 사태를 맞은 대학들은 이를 본격적인 대학 구조조정의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입학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일부는 난관을 타개하기 위해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올해 채우지 못한 신입생 정원만큼 등록금 수입이 줄어 그 여파가 올해 신입생(2021학번)들이 졸업할 때까지 향후 4년간 이어져서다.

이와 관련 교육계 일각에선 대학경영이 악화되면 교직원들의 실업 사태가 대거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올해는 어떻게든 대학이 긴축 재정을 통해 꾸려나갈 수 있겠지만, 몇 해에 걸쳐 신입생 미달 사태를 겪게 되면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것으로 봤다.

재정난이 심해지면 학과 통폐합과 교수들의 연구비를 줄이는 것을 물론 초빙·겸임교수 등 비전임 교수로 교수진을 채우는 등 인건비 절감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것. 이는 교육의 질 하락과 학생들의 이탈을 초래한다고 전망했다.

대학교육의 질을 가늠할 수 있는 학생 1인당 교육투자비에는 대학이 재학생을 위해 지출하는 장학금을 비롯해 기계·기구 매입비, 도서 구입비, 인건비 등이 포함된다. 이는 교육투자 규모와 향후 발전 가능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꼽힌다.

지난해 공시한 지방대학의 학생 1인당 교육비 평균은 1427만원으로 수도권 1785만원 보다 300만원 이상 낮았다. 올해는 지방대의 대규모 미달 여파로 이 격차는 다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입생 충원율은 교육부가 3년 단위로 평가하는 대학기본역량진단에서 지방대에 가장 취약한 기준으로 작용한다. 나날이 지방대의 신입생 유치가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평가 배점은 2015년 8점에서 2018년 10점, 2021년 20점으로 도리어 커진 탓이다.

교육부의 대학기본역량진단 편람에 따르면 대학평가에는 학생 충원율을 포함한 졸업생 취업률, 전임교원·교사 확보율, 교육비 환원율, 교육과정·강의개선 등 20개 기준이 적용된다.

이 같은 잣대로라면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한 지방대학의 경우 머지않아 폐교가 속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벽성대(2014년)와 서남대(2018년), 서해대(2021년)는 교육부의 재정지원제한 대학으로 지정돼 폐교 절차를 밟았다. 예원예술대학교도 지난 5월 재정지원제한 대학으로 선정됐다. 개선을 이행하지 않으면 폐교 명령한다.

도내 대학의 한 관계자는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이 신입생 선발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재정지원제한 대학에 포함되면 신인도까지 하락해 신입생 충원율 지표는 더 악화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며 “대학평가 기준 자체가 지방대엔 다소 불리하게 설계됐다”는 말했다.
▲대학 생존 향한 몸짓

재정이 열악해진 대학들은 장학금과 연구비 등 비용지출을 줄이며 연명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대로 학령인구가 감소하면 파산하는 대학도 속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방대 위기는 비단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방대와 지역경제는 불가분의 관계로 지방소멸을 야기하기도 한다. 실제 지난 2018년 문 닫은 서남대의 경우, 폐교 이후 남원 인구가 2년 만에 1500여명이 감소했다. 뿐만 아니라 20대 인구 유출도 가속화했다.

대학가의 경우 수요층이 대학생인 만큼 학교가 빠져나가면 주변 상권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올해 신입생 미달 사태가 현실화된 대학가 주변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일부 학교의 경우 이미 몇 해 전부터 입학정원 미달이 시작된 가운데 코로나19 여파까지 더해지며 폐업을 고민하는 상인들이 늘고 있다.

지방대학과 지자체, 기업·공공기관, 연구소 등 지역사회는 대학 위기는 곧 지방 소멸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공동 대응에 나서고 있다.

정부의 등록금 상한 제한에 걸린 전북도 내 대학들은 정부지원 사업과 지자체 협력사업에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등록금 상한제는 2010년도 고등교육법 개정에 따른 것으로, 합당한 이유 없이 상한선을 초과해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에 대해 교육부가 정원 감축과 재정지원 사업 제한 등의 제재를 가할 수 있다.

지자체 협력사업은 대학의 등록금 수입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신입생 충원 위기감이 더해지면서 정부 지원금은 대학이 선택할 수 있는 차선책인 셈이다.

전북대와 전주대는 최근 한국판 뉴딜 신규과제 디지털 신기술 인재양성 혁신공유대학 사업 분야에 선정됐다. 디지털 혁신공유대학은 복수 대학에 흩어진 교육자원을 모아 인재를 양성하는 협력체계다.

또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사업에도 도와 도내 대학이 손잡고 내년 사업 선정에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도내 대학의 한 관계자는 “폐교로만 내모는 대학 구조조정은 지역공동화 붕괴 등 여러 부작용을 초래하는 만큼 정부가 자생력이 약한 대학에 재정 지원을 통한 대학 간 통합을 유인해야 한다”고 말했다./정해은 기자 jhe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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