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춘 변호사

얼마 전 언론은 정세균 전 총리의“장유유서”발언에 대해 많은 말들을 쏟아냈다. 논란이 커지자 정 전 총리는 방송에 나와 자신의 발언 취지를 직접 설명하고 해명하기까지 했다. 발언의 요지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보수정당의 젊은 정치인이 현실정치에 있어 그 당의 주류 조직문화의 한계를 극복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며 고민할 부분도 있을 것이라는 현실적인 조언에 불과했다.

전체적인 맥락을 보면 정치에서 젊은 세대의 등장으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와 대선관리 측면에서 경험의 중요성을 구분해서 말한 걸로 보아 야당의 새로운 변화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조직문화의 폐쇄성이 짙은 보수야당의 현실에 비춰 한계극복 가능성에 조심스러운 견해를 밝혔을 뿐이다.

발언자체만 놓고 보면 젊은 세대의 등장을 경계하는 기성정치인의 조급함을 드러내 견제구를 날린 것도 아니고 제3자적 입장에서 현실정치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 고민일 것이라는 막역하고 일반적인 표현이었고 화제를 끌만한 발언도 아니었다. 물론 유럽의 30대 정치인의 실패담까지 언급할 일은 아니었고 오해의 소지도 있었지만 제대로 듣기만 했으면 충분히 쉽게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말이었다.

그러나 정 전 총리 발언의 의도를 언론이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주목해야 할 점은 그 의도성에 있다. 언론이 놓치고 싶지 않았던 대목은“장유유서”라는 단어 하나였다. 이제는 미덕이기보다는 전형적인 꼰대문화의 소산으로 회자되는 단어의 선명성을 부각시켜 이슈를 끌 소재로 만들고 이를 언급한 정 전 총리를 세대교체의 대척점에 선 인물로 그려 야당 대표경선에 나온 젊은 정치인과의 세대 간 대결구도라는 전형적인 그림으로 극적인 대비효과를 노리고자 한 측면이 있다.

그렇게 해서 언론은 장유유서를 언급한 전 총리를 젊은 세대 정치리더의 등장을 바라지 않는 구태의연하고 노회한 꼰대 정치인의 표본으로 덧씌우는 보도를 했고 새로운 세대의 출현을 반기지 않는 낡은 정치인으로 몰아가는데 일단 성공했다. 발언의 본래 취지와는 달리 정 전 총리는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게 된 것도 사실이다.

결국 이 사태의 본질은 70대 여당 정치인과 30대 야당 정치인의 구도를 대비시켜 이슈를 양산하고 자극적인 기삿거리를 뽑아내 여론의 관심을 끌어보려 했던 언론의 치우친 보도 자세와 욕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간 전후맥락과 화자의 발언취지에 기반 하지 않고 특정발언만 발췌하여 화제성과 대중의 관심을 끄는 자극적인 기사에 집착하는 언론의 보도형태는 자주 문제를 일으켰고 이런 행태로 인해 언론은 국민들의 신뢰를 잃은 지 이미 오래다.

편향된 보도행태가 지속된다면 흥미본위로 선정적인 기사만을 취급하는 저급한 황색언론의 범주에서 벗어날 수 없다. 언론이 자정능력이 없다면 스스로 개혁의 필요성을 입증하고 당위성을 불러일으키는 일이며 언론개혁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오염된 물은 새로운 물로 정화하여 수질을 개선할 수밖에 없다.

언론이 국민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창(窓)이 되고자 한다면 자부심과 자존심을 갖추고 윤리가 있어야 한다. 실검에 집착하고 이슈몰이에 매달리기보다 사실관계에 기초한 정확하고 공정한 보도에 충실해야한다. 그게 언론의 살 길이며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다. 

☞ 외부 필진의 내용은 본지의 제작방향과 일치하지 않습니다.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