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현(전기안전공사)

스마트폰의 전원을 켰다. 형형색색의 어플리케이션 아이콘들이 조그만 액정을 가득 메우고 있다. 그 중 빨간색 박스에 흰색 삼각형이 가운데 위치한 아이콘이 눈에 들어왔다. 미디어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익숙한 아이콘, 바로 유튜브이다. 아이콘을 누르니 관심 분야의 추천 영상들이 화면 가득 나타나 두 눈을 즐겁게 한다.

참으로 편리한 세상이다. 그동안 등 뒤에서 나를 지켜본 마냥 너무나도 내게 잘 맞춘 콘텐츠를 보여주니 말이다. 이러한 일이 가능하게 된 배경에는 알고리즘 기술이 있다. 알고리즘은 빅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하게 해주는 시대에 걸맞은 기술이다. 치밀한 분석으로 구축되는 알고리즘을 통해 우리는 힘을 들이지 않아도 취향을 반영한 뉴스나 콘텐츠를 받아보게 된다.

우리는 스마트폰에서 수많은 콘텐츠를 접한다. 폭포수와 같이 쏟아지는 콘텐츠들 속에서 정신을 차리기 쉽지 않다. 이를 피하기 위해 다른 플랫폼을 이용해도 불쑥 튀어나오는 콘텐츠를 마주하다 보면 판단력이 흐려지게 된다. 이런 상황에 익숙해 질 때쯤 사람들은 거부감 없이 알고리즘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알고리즘은 일상으로 침투하게 되었고 사람들은 관심분야에 대한 지식을 얻고자 이에 더욱 빠져들기 시작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분석에 따르면 이용자들이 유튜브가 보여주는 추천 알고리즘에 체류하는 시간을 70% 이상 늘려가고 있다고 하니 그 기세가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특정 분야에 집중된 콘텐츠를 거듭 시청하다 보면 그 분야에 대한 깊은 지식을 쌓을 수 있다. 전문가 못지않은 배경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는 점은 알고리즘의 가장 큰 장점이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은 곧 단점으로도 이어진다.

무한한 정보의 바다인 인터넷에서 우리들은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방대한 데이터베이스 속에서 누구나 시간을 투자하면 원하는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 그 곳에서 우리는 자신과는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의 글이나 영상을 보고 다양성을 이해하고 현상을 다른 시각으로도 접근하기도 한다.

하지만 알고리즘 기술이 발달되면서 우리는 더 이상 정보의 바다로 향하지 못하고 있다. 맞춤형 콘텐츠에 길들여져 수동적으로 정보를 받다보니 우물 속 정보만 가진 개구리가 되어가고 있다.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모르고 평평한 지구의 끝으로 항해하면 결국 끝없는 낭떠러지로 떨어진다고 믿는 중세의 지평설 신봉자와 같이 되고 있다. 바깥에 많은 지식과 진실이 있음에도 맞춤형 콘텐츠에 길들여져 나아갈 생각을 못하는 것이다.

알고리즘은 특성상 관심사와 의견과 맞는 정보로 구성된 콘텐츠만을 보여주기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특정 성향이 가중되고 그 속에 갇혀버릴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콘텐츠를 맹신하고 검증을 하지 않는다면 정보편향은 더욱 심각해진다.

분명한 장단점을 가진 양날의 검인 알고리즘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다.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고 이용자의 의식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 두 가지 의견 중에서 개인적으로 이용자의 의식 강화를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알고리즘을 이용하는 객체는 바로 사람이다. 아무리 제도가 좋아도 이용자들이 콘텐츠를 비판적으로 수용할 능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은 어려울 것이다. 학교 등 정규교과에서 청소년 때부터 비판적인 사고를 갖출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 비판적인 사고를 가지고 콘텐츠를 대할 때 문제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도 일어나며 궁극적으로 제도도 더욱 강화될 것이다.

기술의 발달이 가져오는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이용하는 것도 사람이다. 결국 모든 문제는 사람을 통해 해결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 이제는 기술발전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사람은 ‘생각하는 동물’이라는 말에 걸맞게 비판적 사고와 올바른 가치관을 정립할 수 있도록 내면의 발전에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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