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개봉한 영화 '가족의 탄생'은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보여주며 피가 섞이지 않아도 진정한 가족이 탄생할 수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충격적이었다. 미라와 미라의 동생 형철, 형철의 아내 무신, 무신의 전 남편의 전 부인의 딸 채현 등 7명이 얽히고설킨 스캔들로 이야기를 진행한다. 이들이 아슬아슬한 동거를 시작하면서 가족이 되고, 또 헤어지는데, 바람 잘 날 없는 가족에게서 행복이 탄생하는 내용이다. 우리나라는 너무 혈연 중심이어서 당시 이 영화는 많은 사람에게 충격을 주었다.

왜 모든 가족은 같은 피를 가지거나, 혈연으로만 이어져야 하는지 그때까지 우리는 생각한 적이 없었다. 편협하게 결정한 법적 가족 정의 때문에 받아야 할 것들을 못 받고 누릴 것들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생각하지 못했다. 가족은 모이고 또 헤어지는 것이란 걸 인정하지 못하는 게 우리나라 정서였다. 영화 마지막에서 다양한 가족을 받아들인 미라가 새 여자 친구를 데려온 동생 형철을 쫒아내고 문을 잠그는 장면은 그래서 또 충격적이었고, 반전 매력이 됐다.

앞으로 비혼을 다짐하며 혼자 살거나 룸메이트와 함께 사는 사람들도 법적으로 가족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인정하자는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우리나라 법은 배우자·형제자매처럼 결혼하거나, 피가 섞이거나, 입양으로 관계를 맺은 사람들을 가족이라고 정했는데, 이는 좁은 범위의 가족이다. 이에 달라지는 시대에 맞게 가족을 새롭게 정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조사 결과, 국민 10명 중 7명은 "생계와 주거를 공유한다면 가족이 될 수 있다"고 답했다. 이에 정부는 법에서 정해둔 가족의 범위를 없애거나, 1인 가구, 동거 커플, 룸메이트, 서로 의지하며 함께 사는 노인, 학대로 피해받은 아동을 돌보는 위탁 가정 등을 법적인 가족으로 인정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또한, 법 밖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받지 못했던 의료, 주거 혜택을 똑같이 받게 하는 방안도 논의하기로 했다. 현재 동거 관계는 위급한 수술을 할 때 필요한 동의서도 쓸 수 없고, 신혼부부 전세 대출도 받을 수 없다. 프랑스는 이미 1999년부터 동거 관계를 법적으로 인정했다. 법원에 동거 관계를 신고하면 세금 혜택, 사회 보장 급여 등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우리도 가족의 정의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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