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가 ‘책의 도시’로 나아갈 것을 선포했다. 이는 시민들을 위한 독서 휴식공간과 아이들을 위한 책 놀이터를 대거 확충해서 시민들의 삶을 바꾸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시민들로 하여금 전주가 ‘출판의 도시’였던 기억을 되살려 스스로 책을 만들고, 생활 속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도서관에서 책과 함께 일상을 즐길 수 있는 도시로 도약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미래 주역인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책과 함께 놀면서 창의력과 상상력을 키우는 도시, 책의 산업화를 통해 대한민국의 도서출판문화를 주도하는 도시로 나아가기 위한 힘찬 발걸음이다.

▲시민 삶의 중심이 되는 ‘도서관 문화’ 활짝
전주시가 ‘책이 삶이 되는 책의 도시, 전주’를 선포한 것은 시민들이 책으로 소통하고 삶의 행복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특화된 도서관을 시민들의 삶의 중심 터전으로 만들어 누구나 언제든지 책을 읽거나 쓰고,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우선, 전국 어느 도시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공공도서관 인프라를 적극 활용했다. 시민 모두가 독서문화를 편리하게 즐기는 것을 넘어 책과 가까이 생활하며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책 놀이터를 확충키로 했다.
동시에 권역별 공·사립작은도서관을 주민 화합과 소통을 위한 구심점으로 만들기 위한 작은도서관 활성화 사업도 전개해 도서관을 삶의 중심으로 만들 계획이다.
책과 가까워진 시민들은 독서의 소비자에서 생산자·창작자로 성장할 기회도 주어진다.

도서관을 거점으로 시민 독서토론회, 온라인 독서모임, 독서동아리 등을 통해 성장한 시민들은 책을 만드는 작가도 될 수 있다.

일례로 완산도서관 ‘자작자착 책공작소’에는 시민들이 책을 쓸 수 있는 집필공간이 운영되고, 시민 한 사람이 한 권의 책을 쓰는 것을 목표로 한 ‘1인 1책 출판 프로젝트’도 전개될 예정이다. 이를 토대로 시는 지역출판사와 동네서점, 독립서점에 활기를 불어넣고, 쇠퇴일로에 놓인 동문 헌책방거리도 되살려 책과 독서를 기존의 ‘문화’ 개념에서 ‘산업’의 영역으로 확장시키겠다는 복안이다.

책과 관련한 다양한 행사도 적극 추진한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독서출판문화 축제인 ‘전주독서대전’과 ‘전주 독서마라톤 대회’를 연중 개최하고, 영유아에서 어르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생애주기별 독서문화 특화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정원도서관과 길도서관 등 이색적인 도서관과 고유한 정체성을 지닌 카페형 서점, 큐레이션 서점, 커뮤니티 서점 등 매력적인 책 공간을 마련해 책을 만나고 독서를 하기 위해 ‘가보고 싶은 책 여행도시’로 나아가기로 했다.

▲도심 곳곳에 책놀이터와 이색도서관 ‘풍성’
전주가 ‘책의 도시’임을 자부할 수 있는 것은 그동안 시민들이 책과 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 도시 곳곳에 다양한 책놀이터와 이색도서관을 만드는 등 도서관의 혁신을 주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책의 도시 전주’를 선포한 장소인 삼천도서관의 경우 2001년 개관 이후 열람실 중심의 ‘공부하는 도서관’에서 어린이의 상상력이 샘솟는 창의적인 책 놀이터인 ‘개방형 창의도서관’으로 탈바꿈됐다. 도서관 1층에 어린이 책 놀이터 ‘맹꽁이네’, 유아 책 놀이터인 ‘반딧불이네’, 북큐브, 오두막, 원형서가 등 책과 함께 창의력을 키우며 즐길 수 있는 다양한 공간이 생겼다.

전주시립도서관 ‘꽃심’도 빼놓을 수 없다. 이 도서관은 전북지역 시립도서관 중 최초로 학습실 없는 도서관으로 조성돼 어린이 등 모두가 눈치를 보지 않고 책과 함께 웃고 놀 수 있는 책 놀이터로 만들어졌다.  이곳에는 전국 최초로 12세부터 16세 사이의 트윈세대를 위한 전용 활동공간이자 독서문화공간인 ‘우주로1216’도 주목을 받고 있다.

평화도서관도 ‘야호책놀이터’인 개방형 창의도서관으로 리모델링됐으며, 현재 금암·인후·송천도서관을 야호책놀이터로 변신하기 위한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시립도서관이 책 놀이터로 탈바꿈되는 동안 전주지역 곳곳에는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이색도서관들도 새롭게 들어섰다.
자연 속 도서관인 평화동 ‘학산숲속시집도서관’은 자연경관을 벗 삼아 시(詩)를 즐기고 창작도 해볼 수 있는 도서관이다.

독립출판 전문도서관으로 변화중인 완산도서관 3층에는 ‘자작자작 책 공작소’가 마련돼 단순히 책을 읽는 도서관에서 책을 쓰고 만들 수 있는 곳으로 변모했다.
전주역 ‘첫마중길여행자도서관’은 가차를 타고 전주에 도착한 여행객이 처음 마주하게 된다.  빨간 컨테이너 형태의 이 도서관에는 전주여행을 주제로 한 책들이 전시된다.

폐산업시설에서 문화공간으로 거듭난 팔복예술공장에는 그림책전문도서관인 ‘이팝나무그림책도서관’이 들어서 시민들의 문화·여가공간 역할을 담당할 예정이다.
앞서 시청 로비도 책을 벗 삼아 쉴 수 있는 ‘책기둥도서관’으로 구성돼 많은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외에도 아중호수 산책길에는 호수를 바라보며 자연을 벗 삼아 책을 읽을 수 있는 이색도서관을 조성하고, 예술전문도서관과 정원도서관 등 다양한 특색 도서관을 도시 곳곳에 확충해나갈 계획이다.

▲전주 ‘책을 통해 미래를 여는 도시로’
전주는 서울·경기의 경판본과 함께 조선시대 출판문화를 이끌었던 완판본을 찍어낸 출판문화의 도시였다. 동시에 임진왜란 당시 사라질 뻔한 세계적인 문화유산인 조선왕조실록을 지켜낸 도시, 가장 우수한 종이인 전주한지가 생산되는 기록문화의 도시였다.

전주는 우리나라에서 인구대비 도서관 비율이 높은 도서관 도시이기도 하다. 또 대한민국 지방정부 최초로 인문주간을 선포하고, 해마다 독서·출판문화 축제인 전주독서대전을 열고 있다.

이러한 전주시가 이제는 시민들이 책을 읽고, 책과 놀고, 책을 쓰고 직접 판매하는 독립출판문화의 도시, 책과 함께 여행하는 도시, 동문거리를 중심으로 헌책문화가 살아있는 도시, 책과 관련된 독서출판문화산업을 키우는 진정한 책의 도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전주는 과거 전라감영에 한지를 만들던 지소(紙所)와 책판을 인쇄하고 책을 만들던 인출방(印出房)이 있었고, 이곳에서 다양한 한글소설이 출판됐다. 당시 한 권의 책을 발간하기 위해서는 작가와 작품이 있어야 했고, 뼈대가 될 목판, 목판을 디듬고 글자를 새기는 사람, 글자를 새길 서예가, 종이(한지)를 만드는 장인 등등. 이처럼 책은 단순히 하나의 물건이 아닌 기록문화의 정수인 동시에  생계가 달린 산업이었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읽는 공간이 아니라 이웃과 만나는 공동체의 거점공간이자, 내 인생을 바꿀 한 권의 책을 만날 수 있는 기회의 장소, 미래 주역인 아이들이 상상력과 창의력, 모험심을 키울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며 “앞으로 다양한 이색 도서관을 조성해 도시의 미래를 바꿀 힘을 기를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김장천기자·kjch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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