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와 전주시는 지역에 영화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고군분투해왔다. 올해 23회째를 맞는 전주국제영화제(JIFF)를 보더라도 국내 최대 영화제라 할 수 있는 부산국제영화제(BIFF)와는 다른 색깔로 자리 잡고 있다. 자본에 얽매이지 않는 ‘독립성’을 모토로 성장했고, 탄탄한 마니아층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전북=영화·영상산업’을 연관 짓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전북에서 가장 큰 축제로 꼽히는 전주국제영화제가 “한 철 장사”, “축제만 있고 영화산업은 없다”는 뼈아픈 지적도 나오는 상황. 갈수록 국내외 미디어 환경이 변하고, 타 지역에서 경쟁적으로 영화산업 육성에 뛰어들고 있는 만큼, 전북만의 생존전략 마련이 요구된다. 

▲연간행사에 그친 전주국제영화제
JIFF는 그간 ‘전주’라는 도시 홍보와 관광 부문에서 큰 도움을 줬다. 행사가 열리는 기간(2019년 5월)에만 전주를 방문하는 관광객이 약 19만 명에 이른다. 영화제가 입소문을 타면서 지역에 영화 관련 인프라도 잇따라 구축됐다. 대표적으로 전주영화제작소,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 등 다양한 시설이 조성됐고, 전주시는 2023년까지 전주독립영화의 집 건립과 2026년까지 전주영화종합촬영소 일대에서 K-Film 제작기반 및 영화산업 허브구축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하드웨어 구축에만 집중하면서 정작 전북 영화·영상산업의 차별화 전략이 부재하다는 점이다. JIFF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며 상영하는 독립영화에 대한 평가도 엇갈리고 있으며, 처음과 달리 고유한 색깔마저 잃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역의 인재를 키우거나 자체 제작사 및 배급사를 만드는 일에는 관심을 두지 않아 지역에서 자생할 수 있는 영화생태계 조성이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형준 도킹텍 프로젝트 협동조합 이사장은 “단편이든 장편이든 더 많은 영화가 지역에서 제작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지역에서 독자적인 영화 분위기나 흐름을 만들어가지 못한다면 전북 영화·영상산업의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영화제 관계자는 “올해부터 지역영화인을 위한 지원사업 프로그램인 전주숏프로젝트를 신설했다”며 “지역을 기반으로 영화를 제작하고, 감독이나 프로듀서 중 한 명이 지역에 거주해야 한다는 조건을 걸어 도내 영화인들에게 제작 기회를 제공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자생력 갖춘 영화산업 육성 노력 필요
영화진흥위원회가 지난해 발표한 '2018년 한국영화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영화산업 종사자(1만2367명) 중 전북에서는 810명(2.6%)이 활동하고 있다. 서울 1만2998명(42.1%), 경기도 6204명(20.1%), 부산 1749명(5.7%), 경남 1212명(3.9%), 대구 1152명(3.7%), 경북 1012명(3.3%)순이다. 수도권에만 65.4%가 몰려있었고, 이는 전체 종사자 수의 2/3에 달하는 수치다. 영화산업의 수도권 쏠림 현상에서 비롯된 기형적 산업구조는 지역에서의 영화산업 발전 저해 요인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영화·영상산업의 메카를 꿈꾸는 전북과 전주가 기획-촬영-후반 작업-배급-상영-수익의 선순환 구조를 정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을 준비해야 한다는 게 영화인들의 중론이다. 전북도에서 진행되고 있는 영화 영상산업은 ▲영화영상제작 기지화 ▲주민 시네마스쿨 운영 ▲전주국제영화제 개최 지원 ▲무주산골영화제 개최 지원 ▲전북독립영화제 개최 지원 ▲한국형 영화 효과 음원 DB구축 지원 등 지원사업이 대부분이다. 전주시 역시 영화·영상관련 구축사업이 주를 이루고 있어 전문가들은 지역적 색깔을 공고히 하고, 미래 나아갈 전략을 수립하는 일을 논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전주대학교 한승룡 영화방송학과 교수는 “영화산업의 방향전환이 필요한 시기라고 본다”며 “뉴미디어 환경에 맞게 창작자를 육성하고 이를 통해 영화·영상산업의 활동 폭이 넓어진다면 지역 영화영상 산업에 새로운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전했다./박은기자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