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전세계의 문화 예술계가 올 스톱되고 예술인들이 지쳐있는 이 어려운 시기에도 호남오페라단은 당당히 또 하나의 위대한 작업을 성공적으로 이루어냈다.
전체의 오페라를 여유있게 이끌어준 스페인 출신인 Unai Urrecho Zibillaga의 감각적인 지휘와 전주 시립 교향악단의 관록있는 음악의 조합은 스페인을 배경으로 한 카르멘을 감상하기위해 큰 기대감을 가지고 앉아있는 모든 관객들의 귀와 마음을 초반부터 사로잡았다.
1막이 시작되고 전주시립 합창단원들의(병사들)과 하사관 모랄레스(바리톤 조지훈)와의 멋진 하모니가 이루어지고 곧이어 약혼자인 돈 호세를 찾으러온 미카엘라(소프라노 고은영)가 등장하면서 군사들의 농후한 장난끼가 시작된다. 모랄레스역의 바리톤 조지훈은  안정된 음악적 테크닉과 연기로 강한 임팩트를 남겼는데 앞으로의 무대를 더 기대하게하였다.
뒤이어 마을사람들과 여공들이 등장하고 맨발의 팜므파탈을 뽐내며 당당한 자태로 카르멘이 등장한다. 카르멘은 메조 소프라노 신성희가 열연을 펼쳤는데 그녀의 Habanera는 세련된 프랑스어딕션과 풍성한 중저음으로 관능미를 유감없이 표현하였고 처음부터 끝까지 지칠줄 모르는 열정과 집중력으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카르멘이 던진 정열의 붉은장미와 함께 사랑에 빠지게되는 돈 호세는 전주가 자랑하는 테너 박진철이 열연하였는데 안정된 음악과 연기가 이날의 카르멘 공연을 성공시키는데 큰 에너지를 불어 넣어주었다.
미카엘라역에는 소프라노 고은영이 열연하였으며 풍성한 리릭소프라노로서 바람을 피우고있는 약혼자인 돈호세에게 어머니의 위독함을 알리며 함께 돌아갈 것을 애원하는 아리아(Je dis que rien ne m'epouvante)를 설득력있게 표현해 내었다.
화려한 투우사로  군중들과 함께 등장하는 에스카미요역엔 바리톤 김동식이 열연을 펼쳤는데 그의 투우사의 노래 아리아(Votre toast, je peux voue le rendre)는 위풍당당했고, 주니가역으로 열연한 베이스 김대엽은 질감있고 깊은 울림있는 최고의 베이스로 조역이지만 돋보였던 소리깡패(?) 와도 같이 맛깔스러운 용병대장을 노래했다.
이날의 최고의 장면을 꼽는다면 여러 앙상블과 장면들이 인상에 남지만 뭐니 뭐니 해도 화려한 주조역들의 완성도 높은 앙상블과 연기가 으뜸이었다.
그 어떤 무대에서도 이런 조역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출연진 개개인 모두의 기량이 뛰어났으며 카르멘 (신성희), 프라스키타(김리라), 메르세데스 (임지현), 단카이로 (박세훈), 레멘다도 (고규남)의 어려운 5중창 부분도 완벽한 앙상블과 감초와도 같은 맛깔스러운 연기를 이루고 있었다.
카르멘과 돈호세의 마지막 장면인 돈호세의 진실한 사랑을 간구하는 애절한 울림은 필자까지도 카르멘이 돌아와주기를 바라는 마음까지 들게했다. 하지만 카르멘은 ‘내가 죽는것 또한  자유라오!!’라 외치고는 에스까미요의 성공을 축하하는 군중들의 우렁찬 함성소리와 함께 돈 호세의 칼을 맞으며 대단원의 막이 내린다.
한치의 흔들림없는 고퀄리티 음악을 선사해준 전주 시립교향악단과 앙상블의 진수를 보여준 전주 시립합창단은 최고 수준이었으며 멋진 영화 한편 보듯 지극히 자연스러우며 정열적인 카르멘의 치정극을 멋지게 연출한 김어진 연출가, 혼신을 다한 멋진 가수들, 무용단, 그리고 완전 방역을 위해 힘쓰신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스탭들의 노고도 돋보였다. 이번 호남오페라단의 오페라 카르멘은 대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소프라노 조현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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