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승 석좌교수

  한일관계가 역사상 최악의 상태에 이르러 동아시아의 평화가 위태로운 오늘날, 한일 갈등의 뿌리와 얼개를 제시한 책이 나왔다.
  우석대학교 서승 석좌교수는 최근 <평화로 가는 한국, 제국으로 가는 일본>(경향신문사)을 펴냈다.
  전쟁과 평화의 양극단을 오가는 남북관계 속에서 변덕스런 트럼프 대통령과 노골적으로 야욕을 드러내는 아베 정권을 넘어 어떻게 동아시아의 평화를 구축할 수 있을 지 얘기한다.
  재일조선인 2세인 서승 교수는 1971년 ‘재일교포학생 학원침투간첩단사건’으로 동생 준식과 함께 기소되었다. 1심에서 사형, 2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가석방될 때까지 19년간 옥살이를 했다. 출소 후 30년간 동아시아의 평화와 한반도 통일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운동을 해왔다.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오키나와, 타이완, 베트남,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를 오가면서 정치인은 물론 각국의 시민운동가들과 교감해왔다.
  이 책에는 동아시아의 인간과 민족, 역사와 사회에 대한 필자의 애정이 듬뿍 담겨 있다. 필자는 누구보다도 처절하게 냉전 이데올로기의 피해를 당했으면서도, 모든 문제의 해법은 차근차근 평화를 구축해 나가는 데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도 한국전쟁이나 베트남전쟁 시기에 겪었던 동아시아의 위기보다 더 냉혹해진 현실에 대한 전문가적인 분석을 잊지 않는다.
  서 교수는 서문에서 “ 문재인 정부에 대한 미국의 압박이 거세지고, 아베정권의 문재인 정부에 대한 혐오와 공격이 노골화되자, 반통일세력들이 조국 전 법무장관 문제를 빌미로 벌떼 같이 들고 일어나 나치스처럼 혐오의 동원정치를 펼치고 있다”고 우려한다.
  또 “우리 겨레는 동아시아 근대에 펼쳐진 전쟁과 평화의 두 갈레 길 중 평화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 왔다”면서 “우리에게 ‘평화란 모든 민족이 독립하고 평등한 것’이라는 안중근 의사의 말씀이 사무친다”고 말한다.
  작가 황석영은 추천사에서 “서승은 낙천적이고 서정적이 사람이다. 나는 그를 만나자마자 그의 쾌활함과 섬세한 성격에 매료되었다”면서 “오랜 형옥의 고통을 겪고 나와서도 우리를, 조국을, 진저리나게 원망하기는커녕 새로운 나라 새로운 사회를 위하여 여생을 바친다”면서 늘 그에게 미안하고 죄스럽다고 했다.
  오슬로대학 박노자 교수도 “우리가 가장 얻고 싶은 것도 가장 얻기 어려운 것도 ‘평화’다. 이 책은, 매우 넓은 지역적인 맥락에서 우리가 ‘평화’를 향해 갈 수 있는 길을 자세히 잘 안내해준다”면서 “‘평화’를 얻기 위해서 여태까지 다 이루지 못한 식민주의 청산부터 제대로 이루어내야 한다는 것도, 국제적인 비전과 연대 없이 ‘평화’ 정착이 잘 될 수 없다는 것도 이 책이 전하는 매우 중요한 메시지다”라고 평했다.
  이 책에서 필자는 이 땅의 경직된 반공이데올로기와 치열한 싸움을 벌이면서 평화전도사로 살아왔던 삶을 정리하고, 남은 여생 동안 그 완성을 위해 헌신할 것을 선언하고 있다.
  서 교수는 “‘한일 갈등’이라는 싸움은 제국주의=식민지지배체제, 냉전=민족분단체제를 불변의 질서로 밀어붙이려 하는 힘에 대한 우리 민족의 자주·자립하고자 하는 싸움”이라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우리가 지금 직면하고 있는 한반도의 혼미와 동아시아의 난제의 많은 부분은 일본에서 비롯된다. 우리 겨레는 동아시아 근대에 펼쳐진 전쟁과 평화의 두 갈레 길 중 평화의 길을 뚜벅 뚜벅 걸어왔지만 일본은 전쟁의 길을 걸어왔으며, 2차 세계대전에서의 처참한 패전 후 잠시 잠복기를 거쳐 이제는 그 야욕의 고개를 쳐들려고 하고 있다”며 “‘평화시대’의 성패의 관건은 우리가 운명의 주인임을 자각하는 주권자의식을 얼마나 똑바로 세우는가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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