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명숙 시인이 자신의 첫 시집 <몸 밖의 안부를 묻다>(모악시인선 18권)을 펴냈다.
  2006년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된 후 13년 만에 펴낸 시집으로 ‘섬세한 관찰력으로 우리 삶에 얼룩진 그늘을 그려내는 데 탁월하다’고 알려진 시인답게 인간 삶의 근원에 대한 집요한 천착을 담았다.
  스스로 말하고 있듯, 시인은 등단 이후 "조리개로 조절하는 시간들"('시인의 말')을 견뎌왔다. 기명숙 시인의 시가 원거리와 근거리의 다양한 초점들을 파노라마처럼 펼쳐내고 있는 것은 그가 견뎌온 시간들이 작품 속에 단단하게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기명숙 시인의 시에는 온몸으로 출렁거리는 것들이 가득하다. 그것은 그의 시가 온몸의 삶을 피사체로 삼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테면 그는 "쪼글쪼글 말라가는 귤"이 "몸을 잃은 귤"로 되는 과정을 생을 향한 인간의 집념으로 보아내면서 몸이야말로 존재의 본질이라는 것에 동의한다. "꽁치의 몸", "소금기 비릿한 몸"에서 보듯 육체성을 향한 그의 시적 집념은 주로 몸을 사이에 둔 삶과 죽음의 경계에 머무르면서, 그 몸의 울림을 자기 삶의 리듬과 일치시켜간다.
  이러한 공감과 동조의 시 쓰기를 통해 기명숙 시인이 지향하는 것은 "가도 가도 손닿지 않는 쓸쓸함"이다. 그에게 쓸쓸하다는 것은 감정의 영역이 아니라 몸의 부재에서 비롯한다. 기명숙 시인에게 몸의 부재는 몸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몸에서 현실 감각이 제거되는 일인 것이다.
  박성우 시인은 “단단하고 아름다운 시집이다. 시인은 꽃그늘 밑 비린내와 허기진 쓸쓸함을 모아 시 안쪽에 또 다른 시의 몸을 만드는데, 물기를 빼는 일로 물기를 더하고 울음을 삼키는 일로 울음을 보탠다. 숨죽인 소름은 얼마나 많은 말을 감추고 있는가, 흔적을 지우는 일로 흔적을 선명하게 하고 감정을 감추는 일로 우리의 마음을 이내 일렁이게 하고 만다”고 추천했다.
  최금진 시인도 “기명숙 시인에게 삶이란 설렘과 몸살의 경험이다. 그리고 ‘설렘’과 ‘몸살’의 아이러니는 서로 상반된 이중의 감각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모순은 기만과 허위와는 달리 오히려 진실을 드러내는 필연적 장치로 기능한다. 복잡한 사태를 포착하고 드러내는 양식으로서 의 이율배반은 어쩌면 모든 진실의 양식이기도 할 것이다”고 추천했다.
  전남 목포에서 태어나 한양대학교와 우석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2006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시 '북어'가 당선되어 등단했으며 2019년 전북문화관광재단 문예진흥기금을 수혜했다. 2019년 현재 글쓰기센터와 공무원 연수원 등지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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