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병기 교수

  “원서를 들고 대학을 고르거나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이 대학이나 기업에 원서를 내고서는 으레 “원서를 접수했다.”고 한다. 접수는 ‘接受’라고 쓰며 각 글자는 ‘이을 접’, ‘받을 수’라고 훈독한다. ‘이을 접’의 ‘이을’은 ‘잇다’, ‘접하다’라는 의미이다. 따라서 접수는 ‘접하여 받는다.’는 뜻이다. 당연히 원서를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사용해야 할 말이다.“(378쪽)   전북대 김병기 교수(64 중어중문과) 교수가 <문자·문화·사회 알쏭달쏭함을 헤집다>라는 책을 출간하여 관심을 끌고 있다.
  우리가 일상으로 사용하는 말 가운데 그 뜻이나 유래가 알쏭달쏭한 말을 찾아 명쾌하게 풀이하면서 그 말을 소재로 이 시대의 문화와 사회현상에 대한 비판적 칼럼을 덧붙인 내용의 글 모음이다.
  이 책의 서문에는 중국 명나라 말기, 당시 사회에 만연한 각종 비리를 척결하고자 노력한 ‘동림당’의 학자들이 써 붙인 주련 글귀가 소개되어 있다.
  “바람소리, 빗소리, 책 읽는 소리, 소리마다 다 귀에 담고, 집안 일, 나라 일, 천하의 일, 일마다 모두 관심을 갖자.(風聲雨聲讀書聲 聲聲入耳, 家事國事天下事 事事關心.)” 이 구절을 예로 들어 김병기 교수는 학자는 현실참여 뿐 아니라, 학문을 깊이 연구하기 위해서도 세상의 모든 일에 관심을 갖고 넓게 살펴야 함을 역설한다.
  이 책은 김교수의 그러한 학문관을 반영한 책이다. 쉬운 내용인 것 같지만 깊이가 있고, 깊이가 있어서 무거울 것 같지만 쉽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지나쳐버리기 쉬운 알쏭달쏭한 말에 담긴 알쏭달쏭한 생각을 명료하게 헤집어 큰 지혜를 주는 책이다. 수록한 188편의 문장에는 188종 이상의 지혜가 담겨 있다.
  알쏭달쏭한 우리말에 대한 한자표기를 정확하게 밝혀 줌으로써 정확한 뜻을 모르는 채 짐작대고 일상으로 사용하는 용어에 담긴 속뜻을 훤히 들여다보게 한다.
  우리말이 가진 깊이를 이해하게 해 줌으로써 특히 한자를 잘 모르는 세대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다.
  예를 들자면, 요즈음 젊은이들이 흔히 사용하는 ‘혼술’의 사회현상을 ‘독작(獨酌)’과 비교하여 풀이하기도 하고, 기쁨(悅)과 즐거움(樂), 음용수(飮用水)와 음료수(飮料水), 해방(解放)과 광복(光復) 차이를 시원하게 설명해 주기도 한다. 분식회계, 명조체, 소주, 조현병 등 일상에서 많이 사용하지만 그 유래를 모르는 말에 대해서도 자상한 설명을 붙였다.
  “물 타기는 본질을 흐려 놓음으로써 진상을 보지 못하게 하려는 속임의 기술이고, 호도는 아예 진실을 덮으려고 하는 기만행위이다. ‘물 타기’든 ‘호도(풀칠하기)’든 다 심각한 범죄행위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을 다루는 국회에서 그런 ‘물 타기’와 ‘호도’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안타까운 현실이다.”(173쪽)
  이처럼 정확한 의미를 모르는 채 습관적으로 언어를 사용하는 현대인들에게 많은 울림을 줄 수 있는 책이라는 평을 받으며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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