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만 전북대 교수가 개화기부터 문재인 정권까지 한국 언론사의 변화를 담아낸 <한국 언론사>(인물과사상사)를 펴냈다.
  출판사에 따르면 강준만 교수가 <한국 언론사>를 집필하면서 가장 신경을 쓴 것은 ‘객관성’이다. 책을 집필하는 내내 ‘주관’을 어느 정도 반영할 것인가 하는 고민을 멈추지 않았던 저자는 ‘객관성’을 위해 책의 구성까지 손보았다. 처음엔 각 장을 정권별로 나누지 않고 큰 흐름 중심으로 시대적 특성에 맞게 분류하고 그 특성을 표현하는 제목을 붙이는 시도를 하기도 했지만, 그런 분류에 왜곡의 소지가 있을 수도 있다는 판단을 내리고 정권별 분류를 유지하면서 ‘객관’과 ‘공정’을 중시하는 기록에 충실하기로 한 것이다. ‘객관’과 ‘공정’은 영원히 도달할 수 없는 이상이지만, <한국 언론사>는 가능한 한 그 이상에 근접하고자 애를 쓴 책이다.
  강 교수는 “개화기에서부터 2019년 문재인 정권에 이르기까지 한국 언론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카타르시스 제공이었다. 하지만 주제와 상황에 따라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는 건 필요하거니와 바람직했어도 ‘상례화’가 가장 큰 문제였다”고 말한다.
  모든 일에 대해 늘 그렇게 해야 한다는 강박에 빠지거나 그게 관행으로 정착되면 정상적인 공론장 형성이 어려워진다. 대화와 타협의 문화를 위축시킨다는 뜻이다.
  또 과거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에 의해 큰 영향을 받았던 한국 언론이 오늘날 직면한 최대 위기를 ‘기술결정론의 독재’로 봤다. 인터넷과 휴대전화 대중화 이후의 시기는 ‘기술결정론의 시대’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미디어의 활동과 운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건 새로운 미디어 기술이었다. 예컨대 인터넷, SNS, 스마트폰 등 새로운 미디어 기술이 행사하는 ‘범위의 설정과 압력의 행사’, 그리고 이것이 언론에 미친 영향은 ‘기술결정론의 독재’라 할 만한 것이었다.
  최근 모든 개인이 기자가 되고 미디어가 될 수 있는 오늘날엔 그간 언론이 누려왔던 권위와 후광효과는 사라져가고 있으며, 따라서 언론이 어느 정도 범해도 무방했던 ‘위선’도 더눈 무방하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언론은 대중의 불신과 혐오를 넘어서기 위해 신뢰를 회복하는 데에 모든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강 교수는 “언론은 공적 기관인 동시에 시장에서 경제적으로 생존해야 할 기업임에도 언론은 전자의 역할은 필요 이상으로 과장하는 반면 후자의 현실은 은폐하는 식의 태도를 보임으로써 대중의 불신과 혐오를 가중시키는 데에 일조해왔기 때문이다. 언론은 이제 그런 이중성에 작별을 고하는 발상의 전환을 하면서 언론의 위기가 전체 사회의 위기임을 스스로 주장하고 나설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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