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성오

  전주의 독립출판사이자 동네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책방놀지’가 펴낸 첫 번째 책 <한방(韓方)담론탐독, 한방과 의료 그 사이>는 우리의 전통의학 한방(韓方)이 왜 주변화 되었는지를 들여다본 ‘의료인류학론’이자 ‘의료사회사’이다.
  이 책은 마치 잘 만든 인문 다큐 프로그램을 글로 옮겨놓은 듯하다. 이성오의 <한방(韓方) 담론탐독-한방과 의료 그 사이>의 추적 대상은 ‘담론에 갇힌 우리’이다. 딱딱하고 어려운, 대중적이지 못한 의학 이야기라는 단정이 먼저 지어질지도 모르지만, 저자는 이 불리함을 두 가지로 돌파해 낸다.
  하나는 그의 직업이다. 저자가 업으로 삼고 있는 치과의사가 지닌 의학에 대한 전문성에서 우리는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아님을 예감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박사학위까지 받은 문화인류학자로서의 통찰력이다. 의학을 지식과 정보로만 예단하지 않은, 우리 삶과 사회의 틀 안에서 해석해낸 흥미로움을 동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나는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을 보면서 ‘사실’보다는 ‘잘 살고 싶다’는 우리의 욕망이 모든 걸 결정해버렸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출발이 이렇다 보니 이후 10년은 ‘사실’보다는 ‘그러하다’가 지배하는 형국으로 흘러갔다. 모든 힘의 원천이 ‘그러하다’였으며, 나는 ‘어떤 힘이 여기에 작용했나?’가 궁금해졌다. 여기에 평소 관심을 가졌던 한방(韓方)에 대한 생각으로 연결되었다. 이 책은 이렇게 시작되었다”<본문 11쪽>
  문화인류학을 공부한 치과의사가 들여다 본 ‘한방(韓方)’의 세계. 이 책은 ‘한방(韓方)’을 둘러싼 과거와 현재, 그리고 곧 다가올 우리 사회의 담론이 씨줄 날줄로 엮어 있다. 특히 여전히 세상을 흔드는 ‘신자유주의’라는 틀 속에서 한의학이 어떻게 ‘주변화’ 과정을 거쳐 우리 의학계와 의학 소비자들 앞에 어떤 모습으로 서 있는지를 의사 그리고 문화인류학 박사의 시선으로 짚고 있다.
  기능성 한방 화장품에 대한 신뢰도는 높지만, 한의학, 전통적인 한방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도는 왜 낮아졌는가? 침과 보약으로 대변되는 한방은 과연 의료인가? 문화인가?
 

의료계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고민이 들고, 한번쯤은 의문을 가졌을 법한 한방(韓方), 한의학과 양의학에 대한 의구심과 물음을 저자는 ‘신자유주의’를 중심으로 한 사회적 담론들에 의한 ‘주변화’ 과정으로 풀이한다.
  주변화, 다양한 해석과 사전적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핵심은 같다. 중심을 버리고, 부분으로 해석되고 취급되며 사용되어지는 것들을 말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수 천 년을 이어온 전통의학이 주변화 되어버린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저자 이성오는 책방놀지와 결을 같이 하는 ‘아시아사회문화연구소’ 소장으로 전북대 고고문화인류학과에서 의료인류학으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따고, 현재는 치과의사를 업으로 삼고 있다.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활동과 베트남 민간인 학살문제를 다루는 ‘베트남 평화의료연대’ 활동을 하고 있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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