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 16일 이전 사퇴 방침을 밝힌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이 13일 사퇴 시점을 올 연말로 미루면서 조계종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즉각 퇴진을 사실상 거부한 것이다.
  애초 설정 스님은 오는 중앙종회 임시회가 열리는 16일 이전 퇴진 방침을 간접 경로를 통해 밝힌 바 있다.
  종단 안팎의 퇴진 요구를 수용하는 듯했던 설정 스님이 즉각 퇴진 의사를 번복함에 따라 조계종의 혼란은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나아가 설정 스님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밝힌 대로 연말까지 총무원장을 유지하며 각종 의혹을 해소하고 조계종 개혁을 추진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무엇보다 추진동력을 갖추었느냐에 대한 회의가 일기 때문이다.
  퇴진을 거부함에 따라 일단 오는 16일 중앙종회에서 총무원장 불신임안이 상정될 것으로 보인다.
  중앙종회에서 불신임안이 통과되고, 22일 개최되는 원로회의에서 이를 인준하면 설정 스님의 총무원장직은 박탈된다.
  조계종 총무원장이 탄핵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는 셈이다.
  조계종 종헌종법에 따르면 총무원장 불신임 의결은 중앙종회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이 발의하고, 무기명 비밀투표를 거쳐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통과된다.
  원로회의에서는 총무원장 불신임에 대해 재적자 과반수가 찬성하면 인준된다.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총무원장 불신임안이 의결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현재 종회의 구성상 전 총무원장 자승 스님 측이 다수 포진한 데다, 이번 퇴진 거부가 조계종적폐청산을 주장하는 측보다는, 어떤 면에서는 자승 스님 측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기 때문이다.
  설정 스님은 지난해 10월 총무원장 선거에서 자승 스님 측의 지지를 받아 당선됐지만, 지금은 서로 대립하는 관계가 됐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