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적이고 기발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간결한 3행 속에 다양한 풍경을 담아낸 동시집이 출간됐다.
  완주 출신 유강희 시인이 펴낸 <손바닥 동시>(창비)다.
  시인은 짧은 시를 효과적으로 현대화하려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오랫동안 새로운 시 형식을 치열하게 탐구해왔다.
  동시집에는 시인이 오랜 탐구로 정립한 새로운 시 형식인 ‘손바닥 동시’ 100편이 담겼다. 시인은 친숙한 자연의 모습을 새로운 시각으로 생생하게 포착해서 3행의 문장에 담아낸다.
  “빠알간 해 딱지/노오란 달 딱지/누가 쳐서 넘기나”(‘하늘 딱지’)
  “서쪽 하늘에/빨간 달 떴네/수박 한 쪽”(‘여름밤’)
  “아침이면 쓱쓱/나무도 집도 길도/벌써 다 그려 놓지요”(‘태양은 연필’)
  낮과 밤이 바뀌는 모습을 ‘빠알간 해 딱지’와 ‘노오란 달 딱지’가 딱지 치듯 넘어가는 모습으로 그린 ‘하늘 딱지’, 더운 여름의 밤하늘, 어린아이와 같은 마음이 느껴지는 ‘여름밤’, 어둠 속에 가려져 있다가 아침이 되면 환하게 드러나는 거리의 모습은 태양이 ‘연필’처럼 쓱쓱 그려 놓은 것으로 발랄하게 표현한 ‘태양은 연필’이 그렇다.
  감각적인 상상력이 발휘된 작품도 눈길을 끈다. 시인은 “무얼 물어도/궁뎅이만 뙤똥뙤똥/몰라 몰라 꽥꽥꽉꽉” 달음질치는 오리의 모습을 보여 주고(‘오리’), 여름의 한 장면을 “여름비가 촐촐촐/비둘기가 꾹꾹꾹/여우팥이 캥캥캥” 소리 내며 한데 어우러지는 풍경으로 묘사한다(‘화음’). 국수를 먹는 가족들의 모습을 “호로로호로록/후룩후루루룩/뾰록뾰로로뾱,”으로 표현한 ‘국수 가족’에서는, 면발이 입으로 빨려 들어갈 때의 소리를 붙잡아 내는 시인의 날카로운 관찰력을 확인할 수 있다.
  <손바닥 동시>를 읽다 보면 작고 소소한 것에 관심을 기울이며 그들의 진실한 친구가 된 시인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시인의 시선은 시종일관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소소한 대상을 향해 있는데, 장터에 내놓아진 개와 고양이(「삼례 장날」), “컵라면 뚜껑 위에/두 손 얹고 잠시,/눈 감은 막일꾼”(「새벽 편의점」), 소풍 가는 개미 가족(「살구꽃」) 등이 그러하다. 독자는 손바닥 동시를 감상하며 작은 목소리를 경청하는 시인의 마음을 함빡 느낄 수 있다. 새로운 형식 속에 생생한 세계를 담은 <손바닥 동시>가 동시단에 신선한 자극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198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 ‘어머니의 겨울’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동시집 <오리 발에 불났다> <지렁이 일기 예보> <뒤로 가는 개미>, 시집 <불태운 시집> <오리막>을 냈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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