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영문학자이자 수필집 '인연'으로 유명한 피천득(1910∼2007)은 5월(29일)에 태어나 5월(25일)에 세상을 떠났다. 그래서인지 그는 5월을 사랑해 '오월', '창밖은 오월인데' 같은 산문과 시를 남기기도 했다.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중략) 신록을 바라다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 나는 지금 오월 속에 있다." ('오월' 중)
  그의 생일과 기일을 맞아 그의 수필집 '인연'과 유일한 시집이 개정판(민음사)으로 나왔다.
  '인연'은 1996년 초판 출간 이후 꾸준히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스테디셀러. 시에 비견될 만큼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문장들로 한국 수필 문학 수준을 한 단계 도약시킨 작품으로 평가된다.
  이번 개정판에는 기존 원고 외에 '기다리는 편지', '여름밤의 나그네' 두 편을 추가했다. '기다리는 편지'는 중국 상하이 유학 시절 편지를 기다리는 간절한 마음을 담은 글이다. '여름밤의 나그네'는 한여름 밤 길 위에 선 나그네 풍경을 한 편 서사시처럼 그렸다.
  자신이 가장 많이 읽은 책으로 '인연'을 꼽는 박준 시인의 발문과 고(故) 박완서 작가가 생전에 피천득과 나눈 우정을 쓴 추모 글 '생활이 곧 수필 같았던 선생님'도 이번 개정판에 추가됐다.
  "선생님은 다작은 아니었고 말년에는 거의 쓰지 않으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선생님이 돌아가실 때까지 현역 수필가였다고 기억한다. 선생님의 생활이 수필처럼 담백하고 무욕하고 깨끗하고 마음 가는 대로 자유롭게 사셨기 때문일 것이다. 선생님의 천국 또한 그러하리라 믿는다." (박완서 '생활이 곧 수필 같았던 선생님' 중)
  시집 '창밖은 오월인데'는 종전에 '생명'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피천득 유일한 시집을 제목을 바꾸고 새롭게 편집해 펴낸 것이다.
  출판사 측은 "피천득 문학의 핵심 사상이라 할 수 있는 '생명'이 가장 잘 드러난 이미지가 오월이고, 그와 같은 오월의 청신함이 잘 드러난 작품이 바로 '창밖은 오월인데'라는 시이기 때문"이라고 제목 변경 이유를 설명했다.
  "창밖은 오월인데/너는 미적분을 풀고 있다/그림을 그리기에도 아까운 순간//라일락 향기 짙어 가는데/너는 아직 모르나 보다/잎사귀 모양이 심장인 것을" ('창밖은 오월인데' 중)
  이번 개정판에는 참여시 성격이 강한 '불을 질러라'와 초창기 동물을 모티프로 쓴 '양' 등 시 7편을 새로 추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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