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제국은 나라가 강성한 시절 매우 개방적이었다. 식민지 시민들을 대우하고 경제적으로도 긴밀한 관계를 맺었다. 특히 무역에 있어서는 자유를 주었다. 외국에서 들어오는 물품에 대해 관세를 대폭 낮추고 국가 간 자유로운 무역활동을 보장했다. 그 덕에 로마 경제는 융성하고 국력은 날로 강해졌다. 하지만 제국 말기 쇠퇴의 길로 접어들자 돌연 문을 닫아걸었다. 자국 산업과 자국 상인의 권익 보호를 위해 관세를 높이고 무역을 제한했다. 이것이 결국 로마를 더욱 궁지로 몰아넣었고 기어이 망하고 말았다.
  이처럼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정부가 대외 무역에 개입하는 것을 보호무역주의라고 한다. 관세와 수입량 제한 등 조치를 통해 자국 시장을 외국 수입품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다. 보호무역의 목적은 국내 저발전 산업을 보호하고 국내 산업을 유지하며 고용을 늘리고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하는 것 등이다.
  그 반대는 자유무역이다. 18세기 영국이 대표적 예다. 영국은 일찌감치 산업혁명을 통해 자국 경쟁력을 높인 가운데 외국에 대해 문호 개방을 요구했다. 그 이론적 근거는 비교우위론이다. 국가 간 자유로운 무역활동을 해야 모두가 이익이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상대적으로 저발전 국가에서는 이런 논리가 통하지 않는다. 당시 독일은 자유무역을 막고 보호무역을 선택했다. 영국에 비해 자국 산업이 취약했기 때문에 자유무역은 자칫 자국 산업들을 고사시킬 우려가 있었다. 그래서 안으로는 상공업을 진흥하는 한편으로 밖으로는 수입을 줄이려고 수입품에 비싼 관세를 매겼다.
  자유무역 대 보호무역의 갈등은 오늘날에도 그대로 지속되고 있다. 각국은 겉으로는 자유무역을 외치지만 속으로는 보호무역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발간한 ‘해외 경제 동향’ 자료에서 올해 미국발 보호무역주의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은 올해 상당수 무역구제 조치를 결정해야 하는 데다 11월 중간 선거 실시 등을 고려할 때 보호무역주의로 기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은 지난해 북미 자유무역협정과 한미 FTA에 대해 재협상을 진행하고 있고 한국의 세탁기와 태양광 전지에 대해서는 세이프가드를 발동했다.
  보호무역이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준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럼에도 경제 대국 미국이 앞장서서 이를 밀어붙이는 것은 온당치 못한 처사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연초부터 미국발 글로벌 무역전쟁의 암운이 짙게 드리우고 있다”고 우려했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가 타격을 입을 게 뻔한 상황서 이에 대한 치밀한 전략이 절실하다고 하겠다.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