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 없이 맑고 깨끗하다. 수필가 김춘자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말이다.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환한 미소와 조그마한 것까지 챙기려는 따스한 마음씨는 그가 쓴 글로 오롯이 전해지곤 하는데 최근 펴낸 수필집 ‘봄향을 담은 달항아리’도 그렇다.

사회적인 문제는 둘째치더라도 개인적인 고뇌나 슬픔조차 찾아볼 수 없고 그저 자연과 고향, 일상 등에서의 잔잔한 즐거움이 대부분이다. 인생이 무난하고 복되다고 치부해 버릴 수도 있지만 스스로의 삶이 안쓰럽지 않은 사람은 없으며 작가의 사람됨을 고려해 볼 때, 얼마나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살려 노력하는지 알 수 있다.

재밌으면서도 경우 있게 말하는 이야기꾼인데다 맞춤법도 확실한 그의 관심분야는 향토와 식물이다. 고향이라면 어린 시절 추억 몇 가지를 회상하거나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을 그리는 게 대부분인데 특이하게도 역사와 전통에 집중한다. 호남좌도필봉농악, 섬진강 등 임실에 대해 해박하게 늘어놓는 게 그렇다.

각종 분재를 기르고 있고 여러 자격증을 획득한 만큼 화훼에도 해박하며 여행을 즐긴다. 책은 여러 취미를 통해, 소소한 일상을 거치며 한 명의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읽는 이로 하여금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수필과비평사. 261쪽. 12,000원./이수화기자·waterflowe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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