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은 아세안에서 두 번째의 경제규모를 가진 나라다. 오래된 역사임에도 매우 개방적이며 서구적 가치관이 배어 있다. 17세기부터 프랑스와 교류한 덕분도 있다. 국민들은 우리나라와는 대조적으로 진중한 태도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하튼 태국은 적어도 동남아시아에서는 지도적 위치에 있다.

  전통적으로 태국은 친일본적 성향이 강하다. 태국 거리를 걷다 보면 교통수단이나 상점 등에서 일본산이 많다는 데 놀라게 된다. 일본 업체들이 활발히 진출하면서 일본색이 강해진 것이다. 특히 일본의 문화는 태국 내에서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 일본 요리는 일상화돼 있고 일본 대중문화가 역시 일상에 깊이 침투해 있다. 가수들의 노래에도 일본어가 아무렇지도 않게 섞여 있기도 하다. 태국 젊은이들은 또 일본 만화를 즐겨 본다. 서점에는 일본 책들이 범람하며 일본 옷을 입은 상점 종업원들도 심심찮게 눈에 띤다. 
  이런 태국에 한류 바람이 불어닥친 것은 2000년대 초반이었다. 2003년 드라마 가을동화가 소개되면서 한국의 대중문화에 대한 태국인들의 관심이 부쩍 많아졌다. 이후 드라마 풀하우스, 대장금 등이 높은 인기를 누렸고 여세를 몰아 K-POP과 영화, 웹툰, 게임 등도 태국인들을 사로잡았다. 한국에 대한 인지도도 매우 높다. 거의 모든 방면에서 한국을 알고 있다는 응답이 70%를 훌쩍 넘을 정도다. 
  지금 태국 한류 열풍은 일류 즉 일본문화를 능가할 정도다. 일본 언론들은 연이어 한류에 대한 위기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태국에서 애니메이션을 제외하고는 일본 콘텐츠가 누리던 인기는 한류에 잠식된지 오래”라며 “일본 콘텐츠가 세계적 인기라는 것은 일본인들만의 착각”이라고 전했다.
  태국 국민들은 자국 문화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나라가 한국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태국 마히돈대 연구팀의 설문 조사 결과 문화 분야에서 태국에 영향을 미치는 나라로 한국이 1위로 꼽혔다. 중국, 일본, 미국, 영국 등이 뒤를 이었다. 패션 라이프 분야에서도 한국이 1위였으며 예술 문학 분야에서는 3위에 올랐다. 이처럼 한국 문화에 경도되는 이유에 대해서는 ‘내용이 감동적’, ‘미남 미녀 배우 출연’, ‘친숙함’ 등의 이유를 들었다.
  격세지감이 드는 한류 열풍이다. 사실 동남아는 일본의 텃밭이나 다름 없었다.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일본의 영향력이 막강했으며 이에 따라 대중문화 역시 일본 일색이었다. 한국은 불과 20여년 만에 이런 일본을 누르고 문화 영향력 1위에 등극했다. 특히 태국은 문화 면에서 한국을 롤모델로 삼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이런 한류 열풍이 일시적 현상으로 그치지 않게 전략적으로 대응하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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