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배 ㈜농축생태환경연구소 대표이사·전북대학교 동물자원학과 객원교수

농축산업 활동에서 배출된 온실가스가 오존층을 파괴하면 농작물과 가축은 폭염, 폭우, 물부족과 같은 재해를 입는다. 저탄소 농축산업 활동이 실천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우리 정부는 작년 가을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배출량 대비 40% 줄이겠다.’는 계획에 따라, 농축수산업도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25.9% 감축해야 한다. 이중 메탄 배출량은 2018년 대비 250만 CO2톤을 줄여야 한다. 이에 농식품부는 전북에서도 고창군 흥덕면 송암·여곡 단지에서 저탄소 논물관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송암·여곡 단지 농민들은 18년간 유기농 쌀을 생산해왔다. 필자는 전과정평가법을 통해 벼 생산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의 71.1%가 메탄에서 유래한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하며, “물관리만 잘하면 저탄소 쌀생산이 가능하다.”고 강조하였다. 또한 “게임은 선수와 심판 그리고 관중이 함께 어울려야 흥미로운 만큼, 선수인 농민들만 열심히 뛰지 말고 심판과 관중이 어울리는 재미있는 게임을 해야 한다.”고 제안하였다. 현지 농민들은 저탄소 물관리에 열심히 노력하고 있고, 필자는 이를 측정(Measure), 보고(Report), 검증(Verification)하는 심판의 역할을 하고 있다. 선수와 심판이 재미난 게임을 벌인다면 관중들은 많이 몰릴 것이다.

물관리 실태를 점검하기 위해서는 논마다 문패와 같은 게 필요해서 송암단지 70필지와 여곡단지 30필지에 푯말을 설치하고 7월 초부터 매주 논의 물관리 실태를 점검하고 사진기록을 남기고 있다. 일반 사진에서 주소는 속성정보를 열어서 주소를 알 수 있었지만, GPS 카메라 사진은 푯말없이도 지번에 따른 논물관리 상태와 촬영일시까지 한눈에 볼 수 있다. 하지만, Google 지도 기반의 GPS카메라는 실제 지번과 약간 다르게 표시되고 있어서 들녘 단위의 물관리 이행점검에만 활용될 수 있다. 개별 필지 단위의 이행점검은 사용할 수가 없다. 

정부가 유능하게 일하면 농민들도 똑똑해진다. 한때 어려워 보였던 농약허용기준강화(PLS) 제도도 정부의 엄격한 사후 관리가 제 자리를 잡게 했다. 토지기반 각종 정책이 소정의 정책목표를 달성하려면 과학적인 이행점검이 필수이다. 지금까지 송암·여곡단지에서 농민들의 저탄소 논물관리 이행실적은 필자와 같은 전문인력이 있을 때만 가능할 뿐, 농가들이 자기 농지 관련 증명사진을 제출하는 체계 구축을 위해서는 지번이 정확히 표시되는 Kakao 지도나 Naver 지도 기반의 GPS카메라 앱이 시급히 개발되어야 한다. 

정확한 지번이 한눈에 표시되는 GPS사진은 농촌의 직불제 사업이나 농업환경 보전 프로그램은 물론 도서, 산림, 도시 지역에서도 토지 기반의 각종 국가사업을 효율적으로 이행점검 할 수 있게 할 것이다.

향후 필자는 송암·여곡단지 사례연구에서 논물관리에 따른 감축된 탄소량을 탄소배출권으로 판매하는 모델을 개발할 계획이다. 벼농사에서 저탄소 물관리 실행은 추가 비용 없이 자가 노력만으로도 가능하기에, 과학적 이행점검 체계를 바탕으로 탄소배출권 거래로 이어진다면 다수의 농가가 쉽게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현행 농지 지번과 일치하는 GPS 카메라앱의 개발이 시급하다. 그 결과는 개별 농가 단위의 저탄소 논물관리 사업이 한층 활성화될 것이고, 그만큼 정부의 메탄가스 감축 목표도 쉽게 달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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