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멸종(mass extinction)은 짧은 시간 내에 광범한 지역에서 다수의 생물종이 사라지는 현상을 말한다. 멸종은 지구상에 살던 생물종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이고 대멸종은 이에 더해 멸종된 종수가 아주 많은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대략 70%의 생물종이 사라지면 대멸종이라고 생각하면 무리가 없다. 학자들의 연구로는 지구가 생겨난 이래 모두 5차례에 걸친 대멸종 사태가 있었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잘 알려진 대멸종은 다섯 번째인 K-Pg 대멸종이다. 지구에 충돌한 운석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중생대와 신생대 경계인 백악기에 일어났는데 공룡과 해양생물 대다수가 사라지는 등 전체 생물종 가운데 75%가 지구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현재까지 연구된 바로는 지름 10km 정도의 운석이 지구에 떨어져 TNT 1톤의 100조 배 가량의 충격을 줬다. 운석이 충돌한 흔적인 분화구는 멕시코 유카탄반도 북쪽 해안에 있는데 그 직경이 180km에 달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K-Pg 멸종은 포유류의 세상을 만들었다. 그 이전까지 포유류는 숨죽이고 살았다. 그런데 공룡 등 대형파충류가 없어지자 포유류들이 대거 등장했다. 대멸종으로 빈 공간에 새로운 주인으로 포유류가 들어선 것이다. 물론 인간도 포유류이니 이 멸종의 영향으로 생겨난 셈이다.
  그런데 요즘 논의되는 것은 인간에 의한 여섯 번째 대멸종이다. 인간의 활동이 지구환경을 파괴하고 그 탓에 생물종이 멸종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미국 스탠퍼드 대학 폴 에를리히 교수 등 연구팀은 국제학술지에 ‘생물학적 전멸과 6번째 대멸종 지표로서 벼랑 끝에 있는 척추동물’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은 2만9천400종을 연구한 결과 멸종 직전인 육지 척추동물이 전체의 1.7%인 515종이었다. 20년 안에 이들은 사라질 수 있다. 이는 과거 100년간 멸종된 543종에 비하면 엄청나게 빠른 속도다. 
  오는 6월2일부터 열리는 ‘제19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에 출품된 영화 중 선정한 73편의 영화가 모두 한 목소리로 대멸종을 우려하는 내용이라고 한다. 개막작 ‘애니멀’이 대표적이다. 이 영화는 16세 청소년의 시선으로 지구 현 상태를 진단하고 고민을 공유하는 작품이라는 설명이다. 기후위기, 환경오염, 폭주하는 자본주의가 환경을 파괴하고 나아가 생물들을 지구에서 몰아내고 있다는 인식이다. 환경문제에 경각심을 일깨우는 영화제다.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환경문제 인식이 안이하다는 지적이 많다. 여섯 번째 대멸종에 대한 비아냥도 자주 눈에 띈다. 하지만 눈앞의 현실은 상당히 절박하다. 기상이변 등 사람들 가까이 다가온 이 경고를 무시하면 안 될 것이다. 아직 기회가 있을 때 이 경고를 받아들이고 행동에 나서야 한다. 영화제의 메시지를 곰곰이 새겨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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