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술하면 떠오르는 인물은 구텐베르크다. 독일의 인쇄업자 구텐베르크는 1445년 납으로 활자를 만들어 인쇄하는 데 성공했다. 납과 주석 등을 함께 녹여 글자를 새긴 틀에 부어 만드는 방식이었다. 또 포도 압착기를 응용해 압착 인쇄기도 발명했고 잉크로는 그을음과 아마씨 기름을 혼합한 것을 썼다.
  그가 만든 인쇄기는 여러 방면에서 혁명적 변화를 이끌어냈다. 무엇보다도 1천282페이지에 이르는 성경을 찍어냈다는 점이다. 종교 개혁을 이끈 마르틴 루터는 인쇄술을 ‘가장 고귀하고 소중한 은총의 선물’이라고 찬미했다. 인쇄술 덕에 필사에 의존하던 성경 제작이 기계화되고 그만큼 많이 보급될 수 있었다. 그뿐 아니다. 책이 대량으로 인쇄되면서 지식 보급에서도 획기적인 발전을 볼 수 있었다. 
  그렇지만 이 금속활자의 원조는 구텐베르크가 아니라 우리나라라는 사실은 이제 자타가 공인하는 바다. 12세기경 고려에서 놋쇠로 금속활자를 만들어 책을 인쇄했다. 현존하는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 인쇄본은 1377년 간행된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이다. 이 책은 프랑스 외교관에 의해 프랑스로 건너가 방치되고 있다가 여성 사학자 박병선의 노력으로 빛을 보았다. 그리고 이 직지심체요절은 1972년 세계 최초 금속활자 인쇄본으로 공인받았고 2001년에는 유네스코 세계 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인쇄술의 원조는 중국이다. 중국은 8세기를 전후해 목판 인쇄를 시작했다. 그리고 11세기 처음으로 점토로 활자를 만들다가 나무나 주석으로 발달했지만 실용화에는 실패했다. 
  결국 인쇄술은 중국에서 시작했지만 정작 현재 남아 있는 인쇄본 기록물로는 목판이든 활판이든 모두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가진 셈이다.
  동서양의 대표기록유산인 우리나라 직지심체요절과 구텐베르크 성경을 함께 연구하는 국제프로젝트가 미국 국립인문재단의 지원을 받게 됐다는 보도다. 미국 유타대학교와 국제기록유산센터 등 세계 25개 기관이 참여하는 이 프로젝트는 15세기 동서양 인쇄술의 발전상을 살피는 게 목적이다. 그동안 직지심체요절에 대한 연구는 주로 국내에 한정돼있었지만 국제적 프로젝트가 추진됨으로써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는 평가다.
  인쇄술은 종이, 화약, 나침반과 함께 인류 4대 발명품이다. 비록 처음 인쇄술이 나온 곳은 중국이지만 실용화하고 또 널리 보급한 나라는 바로 우리나라다. 또 세계 최초 인쇄물도 우리나라에 있다. 우리 민족의 빼어난 창조력은 여기서도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우리 유전자에 각인된 그 창조성이 인류 발전을 이끌어갈 원동력으로 작용할 게 틀림없다. 오늘날 전 세계를 휩쓰는 K-컬처가 그 좋은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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