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등지에서 한국 전나무(Korean Fir)로 알려진 구상나무는 아주 오랜 시간 우리 곁에서 살아온 나무다. 전문가들은 빙하기가 끝난 후 1만2000년 전 가문비나무와 분비나무가 한반도에 들어왔을 것으로 본다 이 가문비나무와 분비나무가 남부 아고산대 지역에 고립돼 적응하면서 다른 종 즉 구상나무로 분화했다는 설명이다. 
  구상나무는 개성이 강한 나무다. 우선 높이 500m에서 2000m 사이에서만 자란다. 꽃은 자주색 등 오색으로 피어나고 열매 색깔도 다양하다. 높이는 18m, 수폭은 8m에 달해 외관이 미려하다. 수명도 120년으로 긴 편이다.
  이 나무의 존재가 알려진 것은 그리 오래지 않다. 1920년대 영국인 윌슨이 한국산 식물을 조사하는 과정서 구상나무가 분비나무와는 다른 종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윌슨은 표본을 채집해 모국으로 돌아갔고 지금도 이 나무는 한 식물원에 전시돼 있다고 한다. 세계 학계는 구상나무에 Abies koreana WILS라는 학명을 붙였다. 
  이후 구상나무는 구미에서 한국 전나무로 불리면서 꽤 인기를 끌었다. 대중적으로 알려진 것은 바로 크리스마스 트리용으로 적합하다는 데서 비롯됐다. 개량을 거쳐 가로수나 공원수로도 많이 쓰인다. 그래서 구미인들은 한국 전나무를 잘 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한국 특산종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관심이 덜하다. 아마도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구상나무는 한라산과 가야산, 지리산, 덕유산 등 한반도 남쪽 고산지대에 주로 서식한다. 요즘 구상나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바로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데 따른 것이다. 2010년부터 구상나무들이 죽어가기 시작했다. 정확한 원인은 아직 논란거리이지만 기후변화 탓으로 보는 게 일반적이다. 기온상승과 적설량 부족이 나무의 생존을 위협한다는 분석이다.
  구상나무 구하기도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산림청은 최근 멸종위기에 처한 구상나무의 자생지 복원을 위한 종자를 생산하는 세 번째 유전자원 보존원을 전북 무주에 조성한다고 밝혔다. 경북 봉화 백두대간 수목원과 제주 서귀포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에 이어 세 번째다. 무주에는 앞으로 7년생 구상나무 1천591그루를 심을 예정이다. 여기서 생산된 종자는 고사지역에 식재된다.
  생태계 파괴에 대한 대응이 과학의 발달 덕에 가능해진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구상나무에 대해서도 유전자 분석 등 연구가 활발하다고 한다. 생태 보전이 최선이지만 이미 파괴된 것에 대한 복원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우리나라 특산종이자 한국인의 기상이라고 해도 좋을 구상나무가 우리 강토에 다시 울창해지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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