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이 안고 있는 가장 큰 숙제는 역시 대중화다. 아무리 우수한 전통문화라 해도 대중이 소비하지 않으면 의미와 생명력을 잃고 만다. 그래서 국악계는 옛것으로 치부되는 것을 막기 위해 새 옷을 입히는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서양음악의 요소들을 가미하는 것이다. 그런 노력은 1980년대 들어 본격화됐고 지금도 여러 방면에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2020년 대중음악계를 흔들었던 이날치 밴드의 ‘범 내려온다’는 국악 대중화의 가능성을 증명한 사례다. 판소리 수궁가의 한 대목을 편곡한 것인데 원곡과는 다르게 빠르고 신명 나는 리듬감을 살려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또 판소리가 원래 한 명의 소리꾼이 진행하는 데 비해 이 곡은 네 명의 보컬이 노래함으로써 화음을 내는 데도 성공했다. 베이스와 드럼 등 서양악기가 동원된 것도 특기할만 하다. ‘범 내려온다’는 상당한 호응을 받았다. 국내에서도 해외에서도 그 색다른 리듬과 멜로디, 화음에 좋은 평이 이어졌다. 
  퓨전 뮤지컬의 등장도 국악의 현대화에 한 몫 단단히 하는 양상이다. 2019년 공연 ‘스웨그 에이지: 외쳐, 조선!’은 국악기와 서양식 오케스트라 악단 그리고 밴드 악기 등이 총동원 되는 스펙터클한 음악으로 채워졌다. 관객들은 이 공연에서 국악 본연의 즐거움 외에도 힙합이나 록, 재즈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즐길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런 현대화 노력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우선 관객들이 국악공부를 하지 않고 접하니 전통 국악이 따분하게 들리는 게 당연하다. 많은 사람들이 서양 음악에 대해서는 어릴적부터 나름 공부를 한다. 피아노 교습은 기본이고 학교 음악시간에는 다양한 악기를 다룬다. 이론 교육도 꽤 깊은 데까지 나아간다. 하지만 국악에 대해서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 게 현실이다.
  하필 교육부의 2022 개정 교육과정 시안의 음악과 성취 기준에서 ‘국악’을 빼기로 해서 논란이 뜨겁다. 이에 국악계가 격하게 반발하고 판소리를 전공했던 가수 송가인이 가세하는 등 여론이 들끓었다. 이들은 학교가 국악 교육을 외면하면 귀중한 우리 문화유산인 국악이 고사할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했다. 결국 교육부는 음악과 성취 기준에 국악을 빼려던 계획을 철회했다는 보도다.
  요즘 K-뮤직이 전 지구촌을 휩쓴다. 그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서양 팝 음악을 베껴서는 그런 독창성 있는 음악 세계를 만들 수 없다. 그 배경에는 ‘한’이나 ‘정’과 같은 우리 전통음악의 정서가 깔려 있다. 국악을 천시하는 못된 풍조가 되살아나는 날에는 K-뮤직의 성세도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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