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농민혁명이 올해로 128주년을 맞았다. 1894년 2월14일 고부 봉기를 시작으로 1년여 동안 계속된 동학농민혁명은 우리나라 역사에서 봉건사회의 압제와 수탈에 반기를 든 최초의 농민 봉기이다. 함경도와 평안도를 제외한 전국 단위로 일어난 이 혁명은 일제의 군사적 개입으로 수많은 희생자를 남긴 채 실패했다.

그러나 그로 인한 역사적 반향은 컸다. 동학은 후일 항일 의병투쟁의 중심 세력으로 등장했으며 나중에 3·1 운동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해방 후에는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정신적 토대로서 또 뿌리로서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동학농민혁명의 중심지인 전북은 그동안 앞장서서 동학정신의 계승과 발전, 대중화 등에 힘을 쏟았다. 그리고 2019년에는 황토현 승전일인 5월11일이 국가 기념일로 제정되는 성과로까지 이어졌다.

이런 상황서 21일 전주에서는 제1회 세계 혁명예술 전주 국제포럼이 열렸다. 행사에는 우리나라는 물론 일본, 영국, 독일, 러시아 등 여러 나라 인사들이 참여해 성황을 이뤘다. 이 포럼은 동학 정신을 세계 근대혁명의 도시들과 공유하고 발전적으로 계승하자는 취지로 출범했다. 특히 전주시는 국제포럼을 발판 삼아 동학농민혁명과 예술의 접목, 동학 관련 서적 번역 등 동학의 세계화, 혁명도서관 설립 등 다양한 관련 사업들을 펼칠 계획이라고 한다. 또 국제포럼을 전시와 공연, 영화 등을 결합한 문화행사로 발전시킨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사실 동학농민혁명은 아직도 전북지역 행사로 여겨지는 형국이다. 아무래도 전국적인 동참을 끌어내는 데까지는 나아가지 못했다는 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기념행사들도 100주년 혹은 120주년 등을 계기로 활발했지만 그때뿐이었다.

이번 국제포럼은 동학정신의 대중화의 첫걸음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동학정신이 제대로 계승되고 또 현대적 의미로 재해석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대중들의 관심과 참여가 필수 조건이다. 아무리 국가나 지방정부, 학계 등이 노력을 기울여도 시민들의 반응이 냉랭하면 한계에 봉착하게 마련이다. 국제포럼은 어느 정도 여론을 환기하는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볼 수 있다.

앞으로의 진로는 명확하다. 동학농민혁명의 역사적 가치를 하나의 브랜드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문화예술과의 접목은 좋은 선택지다. 시민교육도 절실하다. 관련 지자체들은 이 분야 예산과 행정력 투입을 늘려야 한다. 중앙정부의 역할도 더 커져야 마땅하다. 동학농민혁명에 대한 국제적 평가가 높은 만큼 국내는 물론 세계화도 가능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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