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탑3 명품 브랜드를 묶어 ‘에루샤’라고 부른다. 에르메스·루이뷔통·샤넬이 이른바 삼대장이다. 이 브랜드들은 비쌀수록 잘 팔리는 이상한 재화다. 정통 경제학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소비 현상이다. 흔히 베블렌 효과라고 부르는 이 현상은 아무리 비싸도 가격 따위는 아무 영향을 주지 못하고 그저 최고 명품이라는 인식만 있으면 그만이다.

명품도 계급이 있다. 명품 쇼핑 플랫폼인 트렌비에 의하면 가장 높은 위치에는 에르메스가 버티고 있다. 엑스트라 하이엔드급이다. 그 아래에는 ▲하이엔드 ▲프레스티지 ▲프리미엄 ▲올드코어 ▲영코어 ▲에브리데이 등이 차례로 자리하고 있다.

그중 선두를 달리는 프랑스 에르메스는 엑스트라 하이엔드 즉 명품 중의 명품이라는 뜻의 계급이 붙어 있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쉽게 살 수 없다. 그 유명한 버킨백과 켈리백을 사려면 미리 같은 브랜드의 지갑이나 시계, 의류 등 다양한 제품을 구입해 점수를 쌓아야 한다. 보통 4천만 원에서 1억 원 정도는 써야 한다. 그러면 직원이 나와 비밀의 방으로 불러 제품을 내놓는다. 물론 살 수 있는 제품 개수도 한정돼 있다. 에르메스는 노골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자사 제품을 들고 다니는 것을 싫어한다. 희소성을 높이는 전략을 통해 자사 브랜드의 최고급 이미지를 지키고자 하는 것이다.

에루샤 삼대장 가운데 에르메스의 지위에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어 안달하는 브랜드는 바로 샤넬이다. 샤넬 하면 떠오르는 제품은 역시 넘버 5 향수다. 그렇지만 샤넬의 콧대를 세우는 품목은 바로 샤넬 핸드백이다. 근년 들어 샤넬은 수백만 원씩 가격을 올리고 1인당 1개의 구매 제한을 엄격히 적용하며 신분증 확인이나 교환 물품 제한 등 접근성을 제한하는 조치들을 잇달아 취하고 있다. 에르메스를 닮고 싶은 것이다.

그런 샤넬이 올 들어 또 값을 올렸다. 최저 11%에서 최고 17%까지 인상했는데 회사 측은 이를 ‘조정’이라고 불렀다. 샤넬은 지난해 4번에 걸쳐 값을 올린 바 있다. 그러니까 올 가격 인상은 1년 새 다섯 번째가 되는 셈이다. 이 소식이 미리 새나가자 백화점에서는 여지없이 오픈런이 발생했다. 긴 줄을 서고 문을 열자마자 죽을 힘을 다해 뛰는 장면이다. 소비자들이 욕을 하건 말건 샤넬은 신경 쓰지 않는다.

명품 브랜드들의 가격 정책은 뻔하다. 고가 전략이다. 올릴수록 자신들에게 유리하다는 현실 인식이 깔려 있다. 가격이 비싸져도 수요는 결코 줄지 않는다. 그러니 이익은 늘어나게 마련이다. 베블런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유독 한국 소비자들은 명품에 약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니 불과 1년 사이에 서너 번씩 값을 올리는 일이 벌어진다. ‘호갱’이 되고 보니 입맛이 쓰다.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