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빈 지방의정활동연구소장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농산물이 폭락해도 소비자는 비싸서 못사먹는 현실’이라는 글이 눈에 띈다. 청원의 내용은 최근 모 언론사에서 방영한 농산물 가격의 비밀이라는 내용을 시청하고 청원자가 모든 농민들을 대변하는 내용으로 구슬땀을 흘려 자식처럼 애지중지 키워온 농산물 가격결정에 농민들은 전혀 관여할 수 없는 문제 등 여러 가지 농산물 유통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필자도 농산물 가격 결정 구조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지난 35년간 농산물 가격 결정을 지배해온 경매제도는 그 구조를 파악하고 농민들을 위한 구조로의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
경매제는 농산물 가격 후려치기, 정산대금 지연 등 위탁상들의 횡포로부터 생산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지난 1985년 도매시장에 도입되었지만 35년이 지난 지금은 더 이상 생산자와 소비자를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 경매제도는 매일의 시장 반입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어 똑같은 상품이라 하더라도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내리고 출하자(농민)는 가격결정에서 배제되어 생산원가도 보장받지 못하는 깜깜이 출하를 지속하고 있으며, 산지와 소비자간 정보 전달이 원활하지 못하고 유통비용이 많이 들어 대부분의 선진국들에서도 시행하지 않고 있는 제도로 많은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는데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동일 출하자의 농산물 경락 가격이 도매시장 법인간 최소 2.5배에서 최대 1배까지 차이가 나는 경우가 있으며, 1년 농사가 1초만에 결정되고, 중도매인 한 두명이 응찰해 가격을 결정하는 점, 경매를 위한 대기시간, 다단계의 유통구조 등으로 농수산물의 상품성을 하락시키고 유통비용을 상승시키고 있는점. 경매 독점으로 도매시장법인은 과도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으며, 도매시장법인의 안정적 수익창출 구조로 투기적 자본의 인수 및 매각이 반복되면서 폐해가 지속되고 있으며, 막대한 영업이익에도 불구하고 생산자들을 보호하는 공익적 역할은 소홀히 하고 있다는 평이다.
이러한 경매제의 폐해는 농산물 유통환경 변화에 따라 기존의 경직된 경매거래만으로는 안정적으로 상품을 공급하고 생산자들을 보호하기에는 한계에 다다랐다. 과잉생산시대에 맞게 생산자와 소비자들이 수시로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소통하고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거래제도가 필요하기에 미국, 유럽 등의 선진국은 초기 경매제 이후 이미 오래 전 도매상으로 전환하여 산지 폐기 등의 부작용이 사라지고 생산원가가 반영된 안정적인 농산물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대한민국의 농업도 안정적인 농산물 가격을 위해 생산자가 가격결정에 참여하여 가격 변동성을 완화하고 최소 생산원가를 보전받아 농업과 농촌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시장도매인제를 본격적으로 도입해야 하겠다.
시장도매인제는 경매제를 보완하여 생산자 출하선택권을 확대, 유통단계 축소, 유통의 효율성 증대 등을 위해 2004년 강서농산물도매시장에서 국내 최초로 도입한 제도로 2015~2018년 11개 품목 18개 규격 비교 결과 9개 품목 12개 규격에서 시장도매인이 출하자 수취가격이 높았다는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의 비교 자료에서도 그 장점을 알 수 있다. 또 가격이 심하게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경매제와 다르게 시장도매인제는 사전에 출하자와 소통을 통해 물량과 가격을 협상하여 출하물량을 조절하고 안정적인 가격을 받을 수 있다. 또 시장도매인에 출하하는 경우 입하후 7일이내 또는 판매 당일 대금을 지급 받을 수 있으며, 만약 시장도매인이 대금을 미지급할 경우 농식품부 인가를 받은 정산 조합이 책임지고 출하대금을 지급한다고 한다. 또 사전에 가격을 협상하고 원하는 시간에 거래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닌다. 위 글을 통해 시장 가격을 결정해온 경매제는 반드시 폐지되고 장점이 많은 시장도매인제 도입을 촉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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