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조 전주시 덕진구청장

우리는 과거 경험하지 못한 아주 특별한 순간들을 보내고 있다. 타지에서 생활하는 가족, 친지들이 모처럼 만나 정을 나누는 추석 명절도 마찬가지다. 과거엔 명절에 고향을 찾아 부모님을 뵙지 못하는 것이 죄송스러운 일로 여겨졌지만, 올해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오히려 고향에 계신 부모와 친지들을 생각한다면 방문을 자제하는 것이 더 나은 일로 여겨진다. 과거 명절이 되면 거리마다 고향 방문을 환영하는 현수막이 내걸렸지만 올해는 생활방역 수칙을 준수하고 고향방문을 가급적 자제해 달라는 문구가 주를 이룬다. 심지어는 충남 청양군에 내걸린 “불효자는 ‘옵’니다”라는 현수막은 많은 사람들의 공감대를 얻으면서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고 있다.

귀성객과 여행객의 대규모 이동이 예상되는 5일간 이어지는 추석 연휴를 맞아 국내 코로나19가 또 한 번 재확산의 시험대에 올랐다. 매일 같이 휴대전화에는 고향 방문 자제를 요청하는 재난문자가 끊이질 않고 있다. 과거 추석명절에는 귀경과 귀성에 몇 시간이나 걸릴지 하는 교통이 가장 큰 관심사였다면 이번에는 반대로 어떻게 하면 이동을 막을지가 주요 관심사다. 명절이면 무료로 개통되던 고속도로도 올해는 통행료를 내야한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도 음식 섭취가 금지돼 테이크 아웃(TAKE-OUT)만 가능하다. 전주시가 운영하는 실내 봉안시설, 서울 현충원과 임실호국원 등 전국 국립묘지, 대다수의 사설 봉안시설 등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추석 연휴기간 운영을 전면 중단키로 한 대신, 온라인 참배서비스를 제공키로 했다. 실외시설인 효자공원묘지도 오는 11일까지 추모객 총량 예약제가 실시된다. 공원묘지 방문자와 성묘시간을 제한하고, 공원묘지 출입구 9곳에는 발열 체크 및 인원 통제 역할을 맡는 방역인력이 배치된다. 당연히 음식물 섭취도 금지된다.

전주시는 자칫 코로나19의 지역사회 재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 추석 연휴를 맞아 방역에 고삐를 죄고 있다. 먼저 고위험시설과 다중이용시설, 봉안시설, 노인요양시설, 대중교통시설, 전통시장, 대형마트, 전주한옥마을 등 많은 사람의 방문이 예상되는 시설에 대해서는 연휴 전 방역점검을 강화해왔다. 외부 방문객이 유입되는 전주역과 고속버스터미널 등에는 열화상카메라 발열모니터링이 상시 운영된다. 여기에 연휴 5일간 전주시 직원들이 연휴를 반납하고 코로나19 비상대책상황실과 보건소 비상진료 상황실, 역학조사반, 덕진선별진료소, 화산선별진료소 등의 비상진료체계를 그대로 유지하게 된다.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무색한 추석명절이 코앞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추석명절 특별방역대책을 추진하는 것은 자칫 느슨해진 마음이 가져올 더 큰 고통과 희생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우리가 실천하는 거리두기 만큼 더 안전해진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맘 편이 정(情)을 나눌 수 없는 명절은 이번이 마지막이 되길 바란다. 내년 설 명절에는 코로나19 걱정 없이 모처럼 만난 가족, 친지, 친구들과 정겨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다시 한 번 개인위생과 거리두기를 실천해야 할 때이다. 마음으로만 함께하고, 만남은 가급적 다음으로 미루자. 이번 추석 명절이 다시 함께하기 위한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마지막 시간이 되길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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